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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모든 야당은 각자 살길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그런데 그 행태들이 참으로 가관이다. 정말 살길을 찾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죽으려고 작정한 것인지 고개가 갸웃거려질 정도다.
먼저 자유한국당을 살펴보자.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쇄신안이라며 ‘중앙당 해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들었다. 방대한 중앙당 조직구조를 걷어내고 원내중심의 정당을 만들겠다는 게 쇄신안의 핵심이다. 한마디로 원내대표의 권한을 한층 강화하는 원내중심의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홍준표 전 대표와 함께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그가 오히려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쇄신안을 제시했으니 이 얼마나 황당한 노릇인가.
아니나 다를까, 당장 당내에서 반발이 쏟아져 나왔다. 당의 중진인 정우택 의원은 19일 “이런 독단적 행동은 공당이 아닌 사당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 인터뷰에서 “당헌당규에 규정된 절차나 당원들의 총의를 모으지 않고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다. 대단히 황당한 행동”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특히 그는 “당이 이러한 사태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당 수습 방안을 낸 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과거 당내 쇄신파로 ‘중앙당 해체’를 주장했던 홍일표 의원도 "다른 정당은 다 그렇지 않은데 우리 당만 이렇게 하는 것(중앙당 해체)이 당원들로부터 공감을 받기 어렵고, 전국적인 선거가 있을 때는 당의 기능이 앞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심재철 의원은 "대책을 원내정당, 당 슬림화에서 찾고 있는데 우리 당이 원내정당이 아니어서, 덩치가 커서 패배했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반성을 제대로 해도 모자랄 판에 엉뚱한 헛다리짚기나 하고 있으니 한숨 밖에 안 나온다"고 질책했다.
바른미래당은 더욱 철딱서니 없다.
바른미래당이 6ㆍ13 지방선거 참패를 극복하기 위한 승부수로 구시대 유물인 ‘세대교체’ 카드를 선택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바른미래당은 김동철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면서 오신환(47) 의원과 채이배(43)ㆍ김수민(31) 의원, 이지현(42) 바른정책연구소 부소장 등 3040세대를 비대위원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이들이 과연 바른미래당의 최대 갈등요인인 당의 정체성 문제를 명확하게 매듭지을 능력과 경륜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모습은 마치 당의 혼란기를 틈타 젊은 정치인들이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처럼 보여 씁쓸하기 그지없다.
최근 이준석 장진영 위원장과 같은 젊은 정치인들이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 연일 비판적인 언사를 쏟아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과거 60세만 지나도 장수했다며 환갑잔치를 하던 3김 시절에나 통하던 ‘40대기수론’을 100세 시대인 오늘날에 되풀이 하는 것이 얼마나 고루하고 낡은 사고방식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정당은 선거에서 60세 이상의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고 말할 자격조차 없다.
그러면 민주평화당은 어떤가?
이 정당이야 말로 대책이 없다. 박지원 의원은 더불어민주당과의 연정논의를 물밑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박 의원 개인의 생각에 불과하다.
실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국회 과반의석 확보를 위한 민주평화당과의 연정 가능성에 대해 “0%”라고 못 박았다. 특히 추 대표는 평화당 소속 의원들의 복당 문제에 대해서도 “일찌감치 당원들의 의사를 묻겠다고 했는데, 당원들 뜻은 전혀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평화당과는 연정도 복당도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박지원 의원은 바른미래당 호남지역구 출신 의원들이 평화당과 함께 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대위원장은 “거기에 기웃거릴 사람은 없다”고 단언했다.
평화당이 민주당과 연정하거나 바른미래당 호남지역구 의원들의 합류가 없으면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것을 실토하고 있는 셈이다.
과연 이런 야당들이 민주당의 일당독재를 견제하는 대대적인 정계개편을 이루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정계개편이라는 이름으로 ‘정계 개판’을 만들까 걱정이다. 그래서 오늘부터 모든 야당에 대한 기대를 접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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