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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을 주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보류한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백지화를 선언한 셈이다.
그런데 개발계획 발표에서 백지화선언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7주밖에 안 된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달 10일 싱가포르에서 여의도를 뉴욕 맨해튼에 버금가는 곳으로 통합 개발하고, 서울역∼용산역 구간은 철로를 지하화한 뒤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단지 등으로 개발한다는 이른바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이란 걸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박 시장은 이후에도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은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것이며,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종합적 도시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자 그 동안 잠잠하던 여의도와 용산 일대 아파트 가격이 출렁이며 전체 부동산 시장까지 들썩이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6일 기준, 여의도가 있는 영등포구의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0.24%로, 서울에서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용산구도 전주 0.12%에서 0.20%로 오름폭이 확대됐다. 강남(-0.05%) 서초(0.01%) 송파(0.04%)구 등 전통적으로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던 강남3구의 집값이 안정적인 것에 비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여의도 주요 단지는 박 시장 발언 이후 호가가 최대 2억원까지 올랐다.
용산도 비슷한 분위기다. 이촌동 대림아파트(84㎡) 매물 호가는 한 달 여전보다 1억원이 오른 15억원에 형성되는 등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집값 안정을 도모하고 있는 정부 정책 방향과 어긋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최근 주택시장은 개발호재로 서울 일부지역은 국지적 불안이 나타나는 반면 지방은 공급과잉과 지역산업 위축으로 전반적 침체를 보이고 있다”며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과열지역에 대해 안정화 대책을 지속하고 위축지역은 공급 속도를 조절해 시장상황에 따른 맞춤형 대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서울시장의 느닷없는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값 안정화 대책이 무력화될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결국 박원순 시장은 지난 26일 “최근 주택시장이 이상 과열 조짐을 보여 깊이 우려하고 있었다”며 “주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발표와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주택시장 안정이 최우선으로 되어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스스로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던 것’이라고 밝힌 계획이 불과 2개월도 안 돼 문제가 있다는 걸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박 시장의 ‘오락가락’하는 시정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김문수 전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시장은 마스터플랜이 없다. 어떤 서울을 만들 것인지 '기본 그림'이 없다"며 "즉흥적으로 들었다 놓았다 하는 바람에 시민만 피해 막심"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서울 구석구석이 너무 낙후돼 용산역 앞 빌딩 붕괴사고도 겪었다"며 "낙후되고 위험한 도심을 어떻게 안전하고 훌륭하게 발전시킬지 그림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냐"고 쏘아붙였다.
그는 또 "서울 집값 상승에 놀라서, 스스로 완전 보류를 발표했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이라며 "서울시 강북과 낙후지역, 위험지역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서울시 주택공급을 어떻게 늘려서 가격안정을 시킬 것인지, 근본대책은 없고, 갈팡질팡 투기단속 타령만 늘어놓고 있으니 서민만 골탕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아예 여의도·용산 개발정책을 보류가 아닌 전면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그간 박 시장은 여의도 용산 통개발, 서울 지하화, 강북 토건투자 확대 등으로 균형개발을 명분삼아 서울집값 상승만 초래했다"면서 "막대한 불로소득만 키워낸 여의도·용산개발은 개발보류가 아닌 전면 철회돼야 하며 관계자들을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호당 평균 5000만원만 상승해도 상업지역 등까지 감안하면 100조원의 불로소득을 집주인과 건물주에게 안겨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장의 무능이 초래한 참담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현 정부의 무능으로 인해 ‘고용쇼크’가 발생하고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진 마당에 박 시장마저 서민들을 울리고 있으니 이 노릇을 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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