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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한반도에 전쟁 없는 평화가 지속되기를 바랄 것이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전 국민이 박수를 보낸 것은 그런 기대감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북미관계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갑작스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취소한 것은 북한이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에 호응하지 않으면 비핵화 협상 판을 깰 수 있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넘어 평화협정까지 들고 나온 것이다.
사실 4.27 판문점회담에서 남북은 연내에 ‘종전선언’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종전선언은 어떤 구속력을 갖는 게 아니라 사실상 정치적 선언의 의미이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평화협정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종전선언과 달리 법적 구속력을 지니며, 북한을 사실상 국가로 인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즉 평화협정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알리는 공식 선언으로 북한체제를 보장한다는 미국의 약속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면 주한미군 주둔 등도 논의 대상이 되어 결국 미군철수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가 이루어지고, 그로인해 군사도발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질 경우라면, 평화협정을 체결해도 된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북은 여전히 한반도를 언제든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핵폭탄을 가지고 있으며, 이후에라도 북한이 핵폐기를 이행할 것이란 보장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무조건 ‘평화협정’부터 체결하라고 생떼를 부리는 건 무리다.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 것이고, 대한민국 국민 역시 그런 ‘평화협정’에 대해선 단호하게 반대할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며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실제 노동신문은 이날 '자주통일, 평화번영을 위한 역사적 선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민족의 화해·단합과 통일로 향한 현 정세 흐름을 계속 추동해나가자면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다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과 남은 외세가 아니라 우리 민족끼리 뜻과 힘을 합쳐 나라의 통일 문제를 자주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며 "민족자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가야 불신과 대결을 해소하고 북남관계 개선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역사와 현실을 통하여 확증되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은 우리와의 '비법적인 거래'라는 것을 구실로 내 대며 다른 나라 기업들에 대한 추가제재를 발표했다"며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가로막으려는 내외 반통일세력의 책동은 우리 겨레의 단죄 규탄을 면할 수 없다"고 미국을 맹비난했다.
문재인대통령을 향해 ‘유엔대북제재’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우리민족끼리’거래를 하자는 일종의 압박인 셈이다.
이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 대북제재라는 채찍을 국제공조와 조화시켜 최선의 정책성과를 거두도록 하는 게 정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걱정스럽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완전한 비핵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오도록 이끌기 위한 대북제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한데 오히려 정부가 앞장서 대북제재의 둑을 허물어트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개성 남북 연락사무소 개설과 금강산 면회소 개보수, 서해 군 통신선 개통 등 제재를 회피한 대북 지원성 사업이 추진 중이라고 한다.
대북 경협사업을 위한 예산도 늘리기로 했다. 통일부의 2019년도 예산안은 일반예산 2184억 원, 남북협력기금 1조 1천4억 원으로 총 1조 3188억 원이다.
과연 이런 움직임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국무부 성명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분명히 이행할 준비가 되면 미국도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정부도 거기에 공동보조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북한의 비핵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1호, 2375호, 2397호를 채택한 국가들 모두 만장일치로 촉구한 사안이다. 북한의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기도 전에 성급하게 대북제재를 완화하거나 평화협정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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