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혁신’ 포기하고 ‘통합’ 선택...결과는?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10-18 14: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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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인적쇄신에 실패한 자유한국당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수대통합’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게 올바른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한국당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지 3개월이 지났음에도 변한 게 아무 것도 없다. 김 위원장은 정당 개혁의 신호탄 격인 ‘인적쇄신’에 대해선 아예 시도조차하지 않았다. 이후 전원책 변호사에게 전권을 부여하며, 조강특위 위원으로 영입할 때에만 해도 ‘이제라도 본격적인 인적청산 작업이 이뤄지나 보다’하고 일말의 기대를 가졌었는데 이제는 그런 기대를 완전히 접어 버리고 말았다.

외부에서 영입한 특위위원들마저 인적쇄신보다 ‘태극기 부대’에게 추파를 던지는 등 마구잡이로 세력을 확장하는 식의 ‘보수대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이진곤 자유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은 17일 저녁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 “보수가 지금 사분오열되어 있는 상태”라며 “보수정치세력의 재결집, 이게 가장 절박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대한애국당과 소위 태극기부대도 보수대통합의 파트너가 맞느냐”는 질문에 “거기 참여하는 분들 개개인을 보면 전부 그냥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보수유권자들”이라며 “그분들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데는 자유한국당이 주저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전원책 특위위원도 지난 15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태극기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가장 열렬한 지지자였던 그룹"이라며 "앞으로 (그들을) 보수 세력에서 제외할 것이냐? 그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마디로 보수통합 대상에 대한애국당과 태극기 부대와 같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세력도 포함된다는 뜻이다.

반면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오후 제주도청을 찾아 바른정당 출신의 원희룡 제주지사를 만난다고 한다. 앞서 김 비대위원장은 역시 바른정당 출신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접촉해 한국당 입당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런데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세력이 만들었던 정당으로 그 정당 출신인 원 지사와 오 전 시장은 탄핵반대 세력인 태극기부대와는 결코 같이 갈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할 까닭이 없다.

물론 당권이라는 권력욕 앞에서 그런 상식이 무너질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정치도의 적으로 옳지 않다. 따라서 그런 식의 마구잡이식의 통합, 즉 ‘뭉치면 살고 흩어지는 죽는다’는 이승만 방식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지금 한국당 지도부는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당은 20대 총선에서 패배한 이후 대통령선거와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는 등 최근에 실시된 전국 선거에서 연거푸 3번이나 졌다. 민심이 한국당의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당의 혁신은 인적청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적쇄신은 과감하고 단호하게 진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등 돌린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다시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방식, 즉 인적청산 대상으로 거론되는 세력들까지 가리지 않고 모두 손을 잡는 방식으로는 결코 돌아선 중도 층을 끌어들일 수 없다. 오른쪽을 더욱 강화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보다 많은 중도층을 밀어냄에 따라 20%안팎의 현재 지지율을 고착화 시킬 뿐이다.

더구나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끝장토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탄핵은 부당하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탄핵을 이끌었던 김무성·김성태·김용태 의원 등 복당파들은 당내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당장 그들의 출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할 것이고, 그로인해 그들은 굴종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반대로 ‘정당한 탄핵’이라는 결론이 도출될 경우, 대한애국당 출신들과 태극기부대는 물론 한국당 잔류파들이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리되면 그들이 다시 당을 뛰쳐나갈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든 한국당은 둘로 쪼개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한국당의 분당, 어쩌면 그것이 ‘혁신’을 포기하고, 보다 손쉬운 ‘통합’으로 방향을 선회한 대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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