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마이웨이’ 毒? 藥?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8-17 10: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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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공식 선언하며, 제3지대 독자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의 선택이 과연 정권교체에 약(藥)일까, 독(毒)일까?


일단 안철수의 ‘마이웨이’ 선언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입지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합당을 무산시킨 책임이 사실상 이준석에게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7일 국민의당과와의 합당 결렬에 “이준석 대표의 판단 잘못이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직접 협상을 하겠다고 워낙 자신 있게 이야기를 했었다”라며 “저희는 정말 그걸 믿고 있었는데 공격하고 일주일이 지나니까 (국민의당 측에서) 협상 결렬선언을 해버렸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가) 일주일 정도 공격하고는 소강상태로 가면 저쪽에서 곧바로 협상이 들어올 것이다, 그렇게 저희한테 최고위에서 계속 이야기했다”라며 “그런데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반대로 가버렸다”라고 거듭 이준석의 전략 실패를 질타했다.


사실 이준석은 애초부터 합당에는 관심이 없었다. 어쩌면 의도적으로 합당을 무산시켰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안철수를 향해 “솟값은 후하게 잘 쳐주겠다”라며 조롱하거나 “안철수는 요란한 승객이다. 경선 버스에 꼭 태우고 갈 필요가 있느냐”라는 등의 모욕적인 발언을 쏟아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이준석은 왜 합당을 의도적으로 무산시킨 것일까?


그 모든 정점에는 유승민이 있을 것이다.


이준석은 유승민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으로 지목하면서, 그를 위해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실제로 전당대회에 출마해 비록 당원 투표에선 2위로 밀렸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앞서 당권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당 대표로서의 그의 모든 활동은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로 이어질 것이고, 실제로 그런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승민과 이준석이 연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협공의 모양새를 취하는 것 역시 그런 차원이다.


이준석이 안철수와의 합당을 무산시킨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안철수와 유승민은 과거 공동으로 바른미래당을 창당했고, 손학규로부터 당권을 찬탈하기 위해 두 세력이 연대해 쿠데타를 일으키는 등 가장 성향이 비슷한 정치인이다. 당연히 지지층이 겹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는 유승민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결과적으로 합당 무산을 통해 유승민의 경쟁자인 안철수를 당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제거해 버린 셈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입장에선 그다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안철수의 ‘마이웨이’ 선언으로 야권 통합을 통해 일찌감치 더불어민주당과의 양자 구도를 형성,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을 모두 흡수하겠다는 국민의힘의 구상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어쩌면 대선판이 국민의힘 중심에서 제3지대로 옮겨갈지도 모른다.


실제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안철수의 제3지대 대선 출마 필요성을 역설하는 동시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제3지대에서 함께 할 인물로 꼽았다.


야권 일각에선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 중도 인사가 가세해 제3지대 판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같은 거물급 중도 성향의 인사들이 힘을 실어주고 김관영 김성식 채이배 등 정책통들이 가세하면, 국민의 관심을 국민의힘에서 제3지대로 돌릴 수도 있다. 막판에 야권 단일후보를 추진할 때에 제1야당에게 호락호락 후보를 넘겨주지 않을 정도의 세력을 구축하게 되는 셈이다.


특히 이준석 대표가 바라는 대로 국민의힘에서 윤석열이 정리되고 그의 지원 아래 유승민 전 의원이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경우, 제3지대 단일후보가 그를 꺾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안철수의 합당 결렬선언이 오히려 정권교체를 위해선 약(藥)이 되는 셈이다.


다만 안철수는 과거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던 국민의당을 깨어버리고 유승민 일파와 일방적으로 합당을 추진한 데 대한 자기반성이 우선돼야 한다.


특히 유승민 일파와 손잡고 바른미래당 당권 찬탈을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 것과 쿠데타에 실패하자 곧바로 뛰쳐나가 ‘초미니정당’인 지금의 국민의당을 창당한 데 대한 철저한 반성과 사죄가 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과거 국민의 기대를 모았던 국민의당이 부활할 수 있고, 김동연 금태섭 조정훈 등 새로운 세력까지 더해진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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