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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오찬 회동에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기로 합의한 모양이다.
'킹메이커'로 꼽히는 김 전 위원장이 야권 선대위를 총지휘하는 역할을 맡아 대선 무대의 전면에 복귀하게 되는 셈이다.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대선 기획단 과정도 거치지 않고 곧장 선대위 체제로 직행할 것이란 소리도 들린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정책·메시지·인선 등 대선 정국의 핵심적인 분야에 대해 직접 지휘봉을 휘두르며 사실상 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한다.
야권 대선판이 그야말로 김종인 한 사람의 손안에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물론 정치 경험이 적은 윤석열 후보에게 김종인 위원장의 다양한 경험은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걸 위해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전권을 맡길 경우,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도 있다.
우선 당장 ‘상왕’ 논리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상승세가 꺾인 것은 박지원 당시 당 대표를 공동상임선대위위원장으로 내세우면서부터다. 곧바로 ‘박지원 상왕론’이 불거져 나왔고, 그로 인해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박지원이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자신은 공직을 맡지 않겠다”라고 선언까지 했지만, ‘상왕론’은 일파만파 확대되었고 결국 안철수 후보는 3등으로 낙선하고 말았다.
윤석열 후보 역시 김종인에게 전권을 맡기면 ‘김종인 상왕론’이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선택한 사람 위에 다른 누가 존재한다는 건 매우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을 끌어안지 못해 그 지지층을 흡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전권을 쥔 선대위가 구성된다면, 홍준표 의원이 거기에 가서 들러리를 서는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의힘 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선출됐으나 일부 2030 당원들의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당장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각종 커뮤니티와 국민의힘 공식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국민의힘 탈당을 인증하는 게시물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각종 게시물을 통해 "노인의당 탈당한다", "민심을 거스르는 당심이라", "6070 데리고 잘해봐라"는 등의 격한 반응을 쏟아내며 탈당을 인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회한 김종인 위원장의 등장은 윤석열 후보의 무기인 ‘신상’의 이미지가 가려지고 '또 김종인인가'라며 구태 이미지만 부각할 가능성이 있다.
홍 의원은 본경선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20대에선 72.3%, 30대에선 55.7%, 40대에선 46.3%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50대에서도 39.7%로 해당 연령층에서 36.8%를 기록한 윤석열 후보를 제쳤다. 윤 후보는 60대 이상 층에서만 홍 의원을 앞섰다.
물론 윤 후보가 책임당원 투표에서 21만 34표를 얻어 12만 6519표에 그친 홍 의원을 크게 앞서며 최종 후보로 선출됐으나 홍 의원 지지자들인 젊은 층을 달래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다행인 것은 홍 의원이 결과 발표 직후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며 "이번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는 게 내 역할"이라고 밝힌 점이다.
특히 2030 이탈 등 심상치 않은 기류가 일자 그는 재차 페이스북을 통해 "비록 26년 헌신한 당에서 헌신짝처럼 내팽개침을 당했어도 이 당은 제가 정치인생을 마감할 곳"이라며 "이번 대선에서는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 모든 당원이 한마음으로 정권교체에 나서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대선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마디로 김종인 위원장의 들러리에 불과한 선대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알박기’하듯 대선 출마를 선언해버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를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김종인과 안철수의 갈등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상태다.
따라서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전권을 맡기기보다는 홍준표 의원이나 중도 표심을 끌어올 다른 외부인사들과 함께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여성과 젊은 선대위원장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실무진들은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선대위 간판은 젊게 가야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이 온전히 윤 후보에게 쏠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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