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한미정상회담 자화자찬 낯뜨겁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5-23 11: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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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라고 자화자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건국 이래 최대 성과”라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낯뜨겁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2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최초의 해외 순방이고 대면 회담이었던 데다, 최초의 노마스크 회담이어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백신 직접 지원'을 쾌거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미국민들이 아직 백신접종을 다 받지 못한 상태인데다, 백신 지원을 요청하는 나라가 매우 많은데 선진국이고 방역과 백신을 종합한 형편이 가장 좋은 편인 한국에 왜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하나라는 내부의 반대가 만만찮았다고 하는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특별히 중시해주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171분간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현안 공조, 코로나 백신 및 신산업 분야 협력 방안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한국군 55만명에게 백신을 직접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문 대통령은 "'백신 파트너십'에 이은 백신의 직접 지원 발표는 그야말로 깜짝선물"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전날 ‘171분 동안의 울림, 가슴 벅찬 하루였다’는 제목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가슴이 벅차다”라고 총평하면서 “동맹과 안보뿐만 아니라 백신과 경제협력, 양국 파트너십 확대까지 모든 의제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뤘다”라고 밝혔다.


같은 당 고용진 수석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평가했으며, 특히 미국이 한국군에 백신을 직접 지원한 것에 대해선 “글로벌 협력의 모범사례”라고 극찬했다.


물론 한국군에 대한 백신 지원합의를 끌어낸 점이나 특히 ‘미사일 지침 종료 선언’은 평가받을 만하다.


사실상 미사일에 대해 완전히 한국에 주권을 주는 것으로 대한민국 미사일 기술의 마지막 족쇄가 풀린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보 주권과 국방력 강화에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한미 미사일지침은 1979년 10월 미국에서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는 대신 사거리를 180㎞로 제한하기로 하면서 만들어졌다.


2001년 1월 사거리 300㎞, 탄두 중량 500㎏ 탄도미사일을 만들 수 있도록 1차 개정이 이뤄졌다. 2012년 10월 사거리를 800㎞로 늘렸다. 이를 통해 사거리가 300~800㎞인 현무-2A와 2B, 2C를 2010년대 후반 개발했다.


2017년 11월 사거리 800㎞를 유지하되 탄두 중량 제한을 없앴고, 지난해 7월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했다. 남은 것은 ‘800㎞’라는 사거리 제한뿐이었다.


사거리 제한은 실질적으로는 효력을 상당 부분 상실한 상태다. 지난해 시험발사된 현무-4 탄도미사일은 사거리 800㎞에 탄두중량 2t이다. 탄두중량을 현무-2 수준으로 줄이면 사거리는 1000㎞가 넘는다. 제주도에서도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을 갖춘 셈이다.


그럼에도 미사일 지침 해제는 큰 의미를 지닌다. 이로 인해 한반도 남부에서 중국 베이징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을 사정권에 넣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이 가능해진 탓이다. 지난해 7월에 고체연료 추력 제약이 사라진 것도 호재다.


이는 한국이 동아시아 내 지역 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이란이 유사시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 2000㎞ 안팎의 MRBM을 보유해 중동 내 군사강국으로 인정받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자화자찬하거나 집권 여당이 “건국 이래 최대 성과”라며 입을 모을 정도의 성과는 아니다.


우선 당장 백신 수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국민의 불안을 달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 기업의 44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에 비하면, 미국이 내놓은 백신 지원은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포괄적 백신 파트너십에 대해선 구체적 목표치가 제시되지 않았고, 고작 장병 55만 명분 제공만 약속받은 상태다.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북정책과 관련해 ‘실용적 접근, 단계적 접근, 외교적 해결’이라는 방향만 다시 반복적으로 언급했을 뿐이다. 그 방향을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문 대통령 역시 구체적인 논의를 하려는 시도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죽하면 권영진 대구시장이 이날 "이것은 자화자찬할 성과가 아니라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의 자화자찬과 집권당의 “건국 이래 최대 성과”라는 평가가 낯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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