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유체이탈 화법’ 짜증 난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7-19 11: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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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진행되는 와중에 경기도 산하 기관인 경기도교통연수원 사무처장 진 모 씨가 이른바 ‘이재명 SNS 봉사팀’이란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을 운영하면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를 ‘친일’ ‘기레기’로 규정하고 “총공격해달라”고 독려하는 등 비방 공세를 주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이는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할 공직자가 경선에 개입한 것이어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그 방식이 사실상 여론조작을 선동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낙연 캠프의 정무실장 윤영찬 의원이 19일 “직접 경찰 고발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라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은 이런 연유다.


이낙연 캠프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2012년 대선 때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민주주의를 해치고 국민을 속인, 결코 용납 못 할 범죄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중앙선관위의 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이처럼 거칠게 대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재명 지사와 단톡방 운영자인 진 씨의 관계가 상당히 오래고 깊은 탓에 이 지사의 의중이 담겨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 한 사람이 개인적으로 움직인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움직였을 것이란 의심까지 하는 마당이다.


실제로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진 씨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인 2017~2018년에 성남시 산하 성남FC 홍보팀 직원으로 재직했고,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는 이 지사 캠프에 몸담았으며, 이 지사가 경기지사로 취임한 뒤에는 교통연수원 간부로 일하는 등 이 지사와의 인연이 꽤 깊은 인물이다.


따라서 이 지사는 이에 대해 상세하게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국민 앞에 명백하게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이 지사는 유체이탈 화법의 엉뚱한 해명으로 국민의 짜증을 유발하고 있다.


실제 이 지사는 전날 온라인으로 열린 정책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이낙연 대표 측 지적이 있어서 실제 확인해봤는데 경기도 직접 산하기관은 아니고 경기도와 관련이 있는 기관의 구성원이 그런 비방행위를 했다고 한다”고 마치 남의 일 말하듯 했다.


이어 “선거법 위반은 아니지만, 내부 지침에 어긋나고, 공직자는 아니지만 자중해야 하는 사람이 물의를 일으킨 건 책임지는 게 맞다”라며 “직위해제 처분을 하고 조사 중으로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진 씨와의 관계에 대한 해명이나 단톡방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사실 이 지사의 이런 식의 유체이탈 화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여배우 김부선 씨와의 스캔들을 묻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향해선 아무런 해명도 없이 되레 “바지 한 번 더 내려야 하느냐”며 발끈해 놓고는 태연하게 “짜증 나서 그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정 전 총리는 예비경선 TV 토론회에서 이 지사에게 여배우 스캔들에 대한 해명을 거듭 요구했고, 이에 이 지사는 “제가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최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충분히 아실만한 분이 그러니 제가 짜증이 난 것”이라고 되레 정 총리를 탓했다.


그러자 정 전 총리가 “명색이 대선 후보 토론회를 ‘바지 토론회’로 만들고, 짜증이라니요”라며 "내가 알긴 뭘 아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가 과거 검증 때) 바지를 내렸던 것도 몰랐다. 검증을 받았는지 나도 모르는데 국민이 어떻게 아느냐"고 쏘아붙였다.


해명 대신 남 탓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다가 더 큰 봉변을 당한 셈이다.


야권에도 이런 화법으로 국민의 짜증을 유발하는 대선 주자들이 있다.


말로는 “21세기 정치는 통합·상생의 정치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내리깎는 정치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해 놓고는 정작 자신은 ‘젠더 갈등’을 부채질하거나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라는 등 상습적인 노인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는 앞뒤가 다른 하태경 의원이 대표적이다.


실제 그는 여가부 폐지 공약 등에 대해 ‘젠더 갈등’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반성하기는커녕 되레 “악의적 프레임”이라며 언론을 탓하는 등 이재명 지사와 흡사한 태도를 보였다.


국민은 대선 주자들의 실체를 알 권리가 있다. 따라서 대통령 후보들은 누구든 비판이 나오면 남 탓, 언론 탓을 하기 전에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그 비판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해명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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