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은 ‘정권교체’에 찬물 끼얹지 마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8-16 11: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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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 2명 가운데 1명 이상은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바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6일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선 10명 중 6명가량이 “못한다”고 부정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은 고작 30%대에 머물고 있다.


무능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심판론이 분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데도 국민은 여전히 제1야당을 ‘대안 정당’으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3~14일 전국 성인남녀 1007명에게 차기 대선 성격을 묻자 응답자 51.7%가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 과반이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다. 반면 '정권재창출을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1.4%에 그쳤다. 지난달 23~24일 여론조사보다 정권교체론은 3.3%p 늘었으며 정권유지론은 3.1%p 줄었다. 날이 갈수록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역시 부정평가가 크게 늘었다.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전주 대비 4.3%p 하락한 40.2%였으나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무려 6.3%p나 상승한 58.0%를 기록했다. 격차는 17.8%p로 지난 조사 때보다도 10.6%p나 더 벌어졌다. 무능한 정권에 대한 심판 요구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은 고작 38.6%에 불과하다. ‘문재인 심판론’보다는 약 20%가량이 낮고, ‘정권교체론’보다도 13%가량이나 낮은 수치다. 차기 대선이 국민의힘 중심으로 치러져선 안 된다는 의미다.(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며 응답률은 6.9%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런데도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내 대선 주자들을 손아귀에 틀어쥐고 좁고 답답한 국민의힘 ‘틀’에 가둬두지 못해 안달이다.


경선 준비위원회는 아직 후보등록조차 마치지 않은 상황임에도 자신들의 권한 밖인 대선후보 토론회를 추진하겠다는 황당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도 이준석 대표는 제동을 걸기는커녕 그걸 부추길 뿐만 아니라,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을 경선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하려는 정당사에 전무후무한 기괴한 일까지 벌이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해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마디 하고 나섰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의 가장 큰 기반이자 동력은 자체 역량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실정”이라며 “지난 보궐선거만 해도 그렇다. 선거 후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잘 해서 이겼다는 응답은 7~8%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이준석 대표가 경선준비위원회의 ‘월권’을 부추기는 것에 대해 “경선은 오히려 유력후보들 간의 합의를 존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후보들 스스로 중심을 이루게 하는 것이 옳다”며 “제 발로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당이, 그나마 개인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뛰고 있는 후보들을 끌고 가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철부지 대표의 ‘의욕 과다’가 정권교체의 꿈을 더욱 멀어지게 하는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대표는 그런 식의 불공정경선을 통해서라도 자신이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는 유승민 전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을 것이다. 정치적 ‘부자 관계’인 그들의 관계를 볼 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당 대표는 그런 사사로운 정에 얽매여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그르쳐선 안 된다.


어차피 유승민 전 의원으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가 전날 공개됐다.


야권 대선 후보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윤석열 전 총장이 51.4%로 과반을 넘겼고, 최재형 전 원장 11.2%, 홍준표 의원 11.0%, 유승민 전 의원 4.7%로 뒤를 이었다. 유승민 지지율은 5% 미만으로 아예 존재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민주당 지지층까지 모두 포함할 경우,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율은 10.7%로 ‘껑충’ 뛰어오르긴 하지만, 그건 사실상 ‘역선택’에 의한 것으로 진정한 지지율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일이다. 설사 불공정경선으로 유승민 전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가 제1야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되어도 본선 경쟁력이 없다는 의미다.(이 조사의 응답률은 21.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렇게 해서 정권심판론에 찬물을 끼얹고 정권교체가 물 건너간다면 이준석이야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그만이지만, 그에 따른 국민의 분노와 허탈감은 어찌 감당하려고 이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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