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오세훈의 ‘아름다운 동행’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6-22 12: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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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며칠 전 오세훈 서울시장과 차 한잔을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시느냐.”


현재 오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제1야당임에도 아직은 변변한 대선주자가 한 사람도 없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에 이어 하태경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으나, 그들의 존재감은 극히 미미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들의 지지율은 높아야 2%대이고 그렇지 않으면 1%대이거나 심지어 0%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치권에서 그들을 아무런 변수가 되지 못하는 ‘도토리 주자’로 취급하는 이유다.


반면 오세훈 시장은 대선 출마 의사를 단 한 차례도 밝힌 적 없음에도 그들보다는 높은 지지율이 나온다. 따라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에서 출마를 권고하거나 심지어 당의 요청으로 차출될 수도 있다. 그래서 그의 의중이 궁금해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이에 대한 오 시장의 입장은 확고했다.


“이미 지난 보궐선거 당시 서울시장을 한 번 더 하겠다고 약속했고, 제 서울시정 계획은 거기에 맞춰 진행되고 있으니 그 약속을 지킬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미 대선주자로는 유력한 분이 있으시니 그분을 도와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차기가 아니라 차차기가 될 것입니다.”


아마도 오 시장이 언급한 ‘그분’이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윤 전 총장과 오 시장의 ‘아름다운 동행’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남산 예장 공원 개장식에서 행사 시작 직전 만난 두 사람의 모습이 그 첫 번째다. 당시 두 사람이 서로 손을 꼭 잡고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 각 언론사 사진기자의 카메라 앵글에 포착된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월 2일 재·보궐선거 투표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첫 공개 행보를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최하는 행사에서 시작한 셈이다.


그 자리에서 오 시장은 윤석열 전 총장에게 “서울시 행사에 이렇게 취재 열기가 뜨거운 적은 처음”이라며 환영 인사를 건네는 등 분위기가 무척 화기애애(和氣靄靄)했다고 한다.


그런 ‘아름다운 동행’의 결정체는 윤석열 전 총장이 오세훈 시장 측 인사를 대선 캠프에 영입한 것이다.


실제로 4·7 재보궐 선거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 체제에서 ‘서울비전 2030 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윤 전 총장이 대선 캠프에 영입했다. 공보라인을 제외하면 윤 전 총장의 첫 영입 인사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윤 전 총장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지난 20일 오세훈 시장에게 전화해 양해를 구했고, 오 시장이 이에 흔쾌히 응했다고 한다.


사실 서울비전2030위원회는 오세훈 시장의 핵심과제를 준비하는 조직으로 7월 중순 중ㆍ장기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따라서 오 시장이 이 시점에 이석준 위원장을 윤석열 캠프에 보내 준 것은 윤석열 전 총장을 돕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윤 전 총장과 이 전 실장은 서울대 재학 시절부터 친하게 알고 지냈으며, 윤 전 총장은 사석에서 이 전 실장을 “석준이 형”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이 전 실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78학번이다. 단순히 그런 인연만으로 이석준 전 실장을 영입하기 위해 윤 전 총장이 직접 삼고초려(三顧草廬)한 것은 아니다.


이 전 실장은 4월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을 저격하는 저서를 공동 출간한 바 있다.


실제로 이 전 실장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김낙회 전 관세청장 등 전직 경제관료 5명이 공저로 참여한 ‘경제정책 어젠다 2022’라는 이 책엔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반하는 ‘부(負)의 소득세’ 내용이 담겼다. 화폐 경제학의 대가인 밀턴 프리드먼이 제시한 ‘음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토대로 복지와 조세 정책을 하나로 묶어 저소득층에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강조한 것이 골자다. 보편적 복지를 강조한 이 지사의 기본소득과 대비되는 방안이다. 결국, 이재명 지사와의 양강구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실장은 캠프의 정책, 공약 수립 등을 총괄하는 중요 직책을 맡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 점을 오세훈 시장이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기꺼이 이석준 전 실장을 기꺼이 윤석열 캠프에 보냈을 것이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윤석열과 오세훈의 이 같은 ‘아름다운 동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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