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안철수급이라고?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6-14 12: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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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신경전이 팽팽하다.


이 대표의 당 대표 취임을 계기로 양측이 일단 '문자 소통'을 시작했지만, 거리감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이준석 대표가 윤 전 총장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동급으로 취급하는 게 못마땅하다는 윤 전 총장 측 반발도 나왔다.


갈등의 시발점은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문제다.


이 대표는 14일 윤 전 총장을 향해 ‘8월 대선 버스 합류’를 거듭 압박했다.


그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8월이면 (대선) 버스는 예외 없이 떠난다’라고 한 발언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이 그때까지 반드시 탑승할 거라고 보느냐’라는 사회자 질문에 “그 의사는 확인한 적이 없다”라면서도 “8월 중순, 말이면 제 생각에는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에 많은 분들한테 충분한 시간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는 8월 정도까지 결심하지 못하면, 국민도 답답한 지점이 있을 것"이라며 입당을 재촉했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모든 선택은 열려 있고,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라며 선을 긋고 나섰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이동훈 대변인의 입을 통해 "국민이 불러서 나왔고, 가리키는 길대로 따라간다고 말씀드렸다. 차차 보면 아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마디로 국민의힘 입당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준석 대표가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자신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를 누르고 승리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도 안 대표처럼 입당하지 않고 당 밖에 있다가 국민의힘 경선 승자와 후보 단일화를 하면 안철수처럼 패배한다는 게 이 대표의 논리다.


하지만 윤석열은 안철수와 급이 다르다.


서울시장 보궐 당시 국민의힘에선 나경원-오세훈 모두 10% 이상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당 밖의 안철수 대표와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가상 양자 대결에선 그 격차가 좁혀지거나 오히려 나경원-오세훈 후보가 앞서는 결과도 있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굳이 안 대표를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반면 대선 국면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여야를 통틀어 압도적이다. 14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1~12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석열 전 총장 35.5%, 이재명 지사 27.7%로 나타났다. 양자 간 격차는 7.8%p에 달했다.


이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12.6%, 홍준표 무소속 의원 4.1%, 오세훈 서울시장 2.8%,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2.6%, 심상정 정의당 의원 2.3%,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2.2%, 정세균 전 국무총리 1.8%, 유승민 전 의원 1.4% 등의 순이었다. '기타 후보'는 1.7%,' 적합 후보 없음'과 '잘 모름'은 5.2%였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6.8%.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국민의힘에선 서울시장 재출마 결심을 굳힌 오세훈 시장을 제외하고 가장 앞선 주자가 유승민 전 의원인데 그의 지지율은 고작 1.4%에 불과하다. 안철수의 경우와는 차원이 다르다.


따라서 안철수 사례를 거론하며 윤석열 전 총장을 압박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


오죽하면 윤 전 총장 측 장예찬씨가 “버스 먼저 출발해도 택시 타고 목적지로 직행할 수 있는 사람에게 언제 들어오라고 으름장을 놓을 필요가 없다. 무의미한 소모전일 뿐”이라며 “버스비 두둑하게 낼 수 있는 손님이 한 명도 없는데 먼저 출발하면 버스 기사만 손해다”라고 꼬집었겠는가.


물론 제1야당의 당 대표로서 국민의힘이 정권 교체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걸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당 대표니까 야권의 대권 주자를 손아귀에 넣을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은 버려라. 사실 국회의원들은 특히 대선 국면에서 당 대표가 아니라 대권 주자를 바라보고 움직이게 되어 있다. 대선주자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대선 일정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그런 현상은 가파르게 나타날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지지율 35.5%의 윤석열과 함께할 것이냐, 아니면 1.4%의 유승민과 함께할 것이냐고 물으면, 그 답은 빤한 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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