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3등 완주’는 안 된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1-27 13: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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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자신의 입당에 관한 의견을 전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일단 국민의당은 공식적으로 이 보도 내용을 부인했으나, 여의도 정가에선 안 대표가 ‘백기 투항’ 의사를 밝혔던 것만큼은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동아일보>는 27일 ‘안철수, 국민의힘에 입당 관련 의견 전달’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최근 국민의힘 측에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방안과 관련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보도했다.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확인’이라고 단정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안 대표는 최근 정계·학계의 원로급 인사들을 여러 차례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을 주도적으로 이끌라'는 조언을 받았다"라고 했고, 이에 안 대표는 “국민의당 당원들의 생각이 중요하니 고민해서 결정하겠다”라는 취지의 답변으로 여지를 남겼다고 전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자신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시 국민의당 사무처 직원들의 고용승계 문제 등을 언급했다는 구체적인 사실까지 알려졌다.


그런데도 국민의당은 이날 "금일 보도된 <동아일보>의 단독 기사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임을 알려드린다"라고 기자들에게 공지하는 것으로 선을 긋고 나섰다.


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보도는 아닐 것이다. 원로급 인사들로부터 ‘입당’ 조언을 받은 것은 사실일 것이고, 안 대표가 ‘고민하겠다’라고 답한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러면 왜 국민의당은 이런 사실이 보도된 뒤에야 선을 긋고 나선 것일까?


입당이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탓일 게다.


국민의힘은 이미 전날 예비경선에 나설 후보로 서울은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선동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오신환 전 의원, 이승현 한국외국기업협회 명예회장, 이종구 전 의원,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등 8명을 확정해 본격 레이스에 돌입했다.


이제 입당하더라도 그를 예비경선에 끼워 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특히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화상으로 연결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대표의 '입당 의견 전달설'에 대해 "그런 제의를 받아본 적도 없고 지금까지 태도로 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상상도 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심지어 김 위원장은 신속한 보궐선거 단일화 협상을 요구하는 안 대표에 대해 “몸이 달아올라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후보자를 선정하는 과정에 있는데 한쪽에서 급하다고 단일화하자 해서 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가 ‘3월에 단일화 협상을 시작하면 늦는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단일후보는 일주일이면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런 분위를 감지한 안 대표가 백기 투항 식의 ‘입당’을 포기하고, ‘후보 단일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호 4번(원내 4당)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친 것은 그런 연유일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결과적으로 안 대표 특유의 ‘좌고우면(左顧右眄)’ 성향이 일을 그르친 셈이다.


사실 국민의힘은 이미 여러 차례 그에게 입당 기회를 주었다. 


애초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가 ‘여론조사 80%, 당원투표 20%’를 본 경선룰로 정했지만,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한 뒤엔 100% 여론조사로 경선룰을 바꿔버렸다.


물론 안 대표의 입당을 고려한 경선룰 변경이었다. 그런데도 안 대표는 자신에게 유리한 ‘입당 없는 후보 단일화’만을 고집했고, 그러다 양당 통합은 물론 개별 입당의 시기마저 놓쳐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이게 인적자원(human resources)이 부족한, 그래서 전략가의 조언을 들을 수 없는 안철수 대표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이제 국민힘에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다. 남은 건 오만한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한곳에 집중시키는 야권 후보 단일화뿐이다. 안 대표가 과거 ‘3등’이 빤한 상황에서도 대통령 선거와 서울시장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고 완주했던 행태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때는 ‘정부심판론’보다도 ‘야당 심판론’이 더욱 거셌던 시점이라 그런 독선이 용서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정부심판론’이 압도적인 상황이어서 ‘3등 완주’를 고집할 경우, 집권세력을 향하던 국민의 분노가 안 대표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경고를 안 대표가 수용하면 좋으련만 불길한 예감을 지우기 어려운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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