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살길은 ‘중립내각’ 구성이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1-25 13: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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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lame duck·임기 말 권력 누수)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35%~40% 안팎을 오르내리는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볼 때, 아직은 레임덕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길목에 서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레임덕’의 5단계 특징을 거론했다. 1단계는 대통령 지지도의 지속적 하락이고, 2단계는 대통령의 영(令)이 공직 사회나 정치권에 잘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3단계는 여권 내부의 분열이고, 4단계는 친인척·측근 비리 사건의 연쇄 발생이며, 5단계는 대통령에 대한 차기 대선 주자들의 차별화 시도이다. 


그런데 이 모든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당장 오랫동안 견고했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더구나 현재의 지지율은 오름세가 아니고 하락추세여서 ‘레임덕’이 본격화하는 30%대 아래로 주저앉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게다가 대통령의 영(令)도 지금 공직 사회에서 잘 먹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오죽하면 유능한 사람들이 대부분 장관 자리를 고사해 아무나 장관을 임명해야 하는 딱한 지경에 놓였겠는가.


실제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지명 과정은 '폭탄 돌리기'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황희 후보자는 문화, 체육, 관광, 콘텐츠 분야와 관련해 어떠한 접점도 갖고 있지 않은 인사다. 그런데 왜 그가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까?


한마디로 ‘폭탄 돌리기’라는 것이다.


정재숙 전 문화재청장, 배기동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신경민 전 의원 등이 모두 고사함에 따라 돌고 돌아 결국 친문 인사인 황희에게 떠맡기다시피 장관직이 돌아갔다는 말이 나온다. 사실이라면 레임덕의 전형적인 징후다.


여권 내부의 분열도 가속화 하는 양상이다.


최근에 불거진 이른바 ‘나꼼수’ 멤버들 간의 내분에 이어 손혜원 전 의원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향해 무차별 공격하는가 하면, 여권 내 대선주자들 간에도 날 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견고하고, 입지가 탄탄하던 시절에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특히 차기 유력 대선주자의 차별화 시도야말로 레임덕 현상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친문 인사들이 청와대와 당을 장악한 현재 상황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대표 등 차기 대선주자들이 문재인 정부와 별다른 차별화를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친문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대선주자가 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하지만 민심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설사 대선주자가 되더라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민심을 얻기 위해 대선주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화 전략을 시도할 것이고, 그런 현상이 지금 은밀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지사가 정세균 국무총리를 상대로 정부방침에 불만 있다며 매번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비난하는 건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할 경우, 친문 지지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총리를 공격하는 것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란 뜻이다. 레임덕의 전형적인 징후다.


이 같은 레임덕을 돌파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등 ‘협치’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집권세력은 지난 총선 때 여당이 180석을 획득한 이후 매우 오만해졌다. 국회에서 입법독재의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인사에서도 문제가 많은 박범계 의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는 등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하면, 국민의 분노도 상당히 누그러질 것이다.


그런데 박범계 후보자의 경우에서 보듯 현 정부는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경향을 보이니 문제다. 마치 대국민 선전포고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무공천’ 약속을 번복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감에 호미를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사태로 치닫는 것 같아 걱정이다. 


다시 말하지만. 국민을 상대로 이기는 정권은 없다. 거국 중립내각 구성만이 레임덕을 막고 문재인 대통령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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