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보다는 그나마 정의당이 낫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1-26 13: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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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더니…”


더불어민주당이 정의당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충격’, ‘경악’ 등의 극한 표현을 써가면서 비판한 것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이다.


앞서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는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을 알려드리게 됐다"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실을 국민에게 알렸다. 물론 김종철은 모든 사실을 시인하며, 즉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대해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다른 누구도 아닌 공당의 대표가 저지른 성추행 사건이다.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과연 정의당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최소한 ‘정치인 성추행’ 사건에 관한 한 민주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집단이다.


오죽하면, 정의당 류호정 의원인 자당을 비판하는 민주당을 향해 "할 말이 많지만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굳게 다물었겠는가.


오는 4월 치르는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이 공천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원인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에 대해 반성은커녕 ‘피해자’를 ‘피해자’로 부르지 않고 ‘피해호소인’으로 부르는 등 사실상 ‘2차 가해’를 자행하기도 했다. 


특히 박원순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한다.


당시 민주당 서울시당은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고, 이런 민주당의 메시지가 박원순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신호탄이 되어 피해자의 일상을 끝도 없이 파괴했다.


심지어 민주당은 ‘귀책사유 무공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렸다.


애초 민주당 당헌 제96조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정대로라면 민주당은 후보를 낼 수 없다. 그런데 당 지도부는 당원투표라는 요식행위를 통해 공천할 수 있도록 당헌을 바꿔버렸다.


정의당이 당 대표의 성추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무공천’을 논의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실제로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재보선 무공천 관련) 논의를 어제(25일) 일부 진행했고, 시도당과 부산시당·서울시당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그런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는 “저의 가해 행위는 공당의 대표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며 “어떠한 책임을 진다 해도 제 가해 행위는 씻기 힘들다”고 사과하면서 즉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반면 박원순 성추행 피소 사실을 유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남인순 민주당 의원의 태도는 너무나 뻔뻔하다. 그는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르도록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6개월여 만에 그것도 인권위 결정이 나오자 마지못해 사과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말뿐이다. 사과는 했지만,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러니 민주당을 향해 “정의당의 10분의 1만이라도 따라가 보라”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물론 정의당이 잘했다는 건 아니다. 단지 사과하는 태도와 책임지는 모습이 민주당보다 낫다는 것일 뿐, 곳곳에서 횡행하는 성추행 사건은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형 성추행 사건은 국민에게 미칠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차원에서 정의당은 무공천하는 게 맞다. 민주당 역시 무공천으로 그런 의지를 보여야 한다. 또 김종철이 대표직에서 물러났듯, 남인순 역시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게 비뚤어진 세상을 바로잡는 정치인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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