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윤석열, 그러나 나쁘지 않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6-30 13: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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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라면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자 그와 사사건건 대립하던 조국,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에 평의원들까지 일제히 가세해 ‘악담’을 넘어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은 30일 트위터를 통해 “총장 임기 동안 숨기느라 힘들었을 것"이라며 “‘정치인’ 윤석열은 새로운 모습이 아니다. ‘검찰총장’ 윤석열 속에 이미 있었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총장의 정치적 중립? 얼척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대권 주자인 추미애 전 장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의’를 주장한 것에 대해 “전두환 씨도 정의를 내세웠다”라며 깎아내렸다.


특히 그는 “이전에도 그런 총장은 없었다. 헌정사 초유의 일이고 이후로도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영길 대표는 윤 전 총장이 문재인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한 데 대해 “그런 정부의 검찰총장을 지낸 사람이 자기 부정을 한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앞서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정권이 국민을 약탈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출마연설문에 대해 “무능한 검사의 넋두리”라고 평가절하했다.


또 ‘문재인 정권은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이라는 윤 전 총장 지적에 대해서는 “자기 얘기 아닌가”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윤석열 전 총장의 기자회견을 본 소감”이라며 “한 시간의 동문서답, 횡설수설”이라고 혹평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선언문에 대해 “10원짜리 한 장 값어치도 없다”라고 비난했다.


출마 선언과 동시에 여권 인사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셈이다.


야권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면 그 정도의 공격은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고, 그게 윤 전 총장에게는 그리 나쁘지 않다.


사실 그에게 정치참여의 길을 열어준 것은 현 정권이다.


사실상 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여권 인사들의 윤 전 총장을 향한 공세는 오히려 그의 지지율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문제는 야권의 반응이다.


특히 제1야당의 대표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처신이 윤 전 총장을 고독한 길로 내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실제로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을 한 그날 저녁,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라고 긍정 평가했으나 최근엔 “검사 출신이 대통령이 된 적 없다”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는 상태다.


윤 전 총장이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 선언하는 바로 그날에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을 깎아내리는 김 전 위원장을 오랜 시간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특히 이 대표의 최근 언론 인터뷰를 보면, 윤 전 총장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은 아예 없어 보인다. 오히려 그의 행보를 폄훼하기도 했다.


실제 그는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대해 “뭐하고 계신 건가 하는 우려가 든다. 누구를 만났다 해도 저분을 왜 만나나 싶을 정도로 별 의미 없는 분들을 만나고 있다”라면서 “세상의 명사를 만나 기사라도 나와야 할 텐데, 그냥 제가 평가하자면 ‘누구세요’라는 분들과 접선을 이어가 진심으로 걱정이 들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 밖에서 시간을 끌면 지지율이 유지되겠거니 하는 사람도 제가 보기에 안타깝다”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현재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룰이 당원 50%로 규정되어 있어서 윤 전 총장이 입당을 주저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건 자신감의 문제라고 본다”라며 “당원이 두려워 당에 못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제 생각에 가능성이 없다”라고 일축했다.


심지어 경선룰 변경 문제에 대해선 “요구하면 검토해보겠다”라면서도 “그런데 요구하는 순간 국민이 우습게 볼 것이다. 5대 5면 안 들어오고 7대 3이면 들어가겠다고 한다면 그게 대선주자인가, 장사치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시험제도 가지고 뭐라고 하는 사람 치고 결과 좋은 거 보지 못했다”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경선룰 변경을 요구하는 순간 윤 전 총장은 ‘장사치’로 전락하게 되는 셈이다.


야권은 물론 제1야당에서도 반기지 않는 고독한 대선주자가 되어버린 윤 전 총장. 어쩌면 이게 무너진 ‘제3지대’를 회복할 기회일지도 모른다. 여야 기성정당으로부터 핍박받는 대선 주자의 이미지가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는 요인이 될 수 있는 탓이다. 그 힘으로 정권교체를 이룬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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