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와 ‘결별’ 선언한 나경원, 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1-19 13: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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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나경원 전 의원이 느닷없이 중도와의 ‘결별’을 선언하며 ‘진짜 보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마치 한편의 개그콘서트를 보는 느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는 등 국민의힘 당원과 전통적 지지층에 반하는 행보를 보여왔던 그가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그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극약처방을 한 셈인데, 과연 득이 될지 의문이다.


아무리 나경원 전 의원에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안철수 대표와의 야권 부호 단일화보다도 버거운 상대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을 상대로 하는 국민의힘 당내 경선을 뚫는 것이라지만, 이건 아니다.


그런데도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등록 전날인 지난 1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도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우클릭'을 선언했다.


그는 또 "중도로 가야 한다는데 그 중도는 허황된 이미지"라며 "패션 우파"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심지어 “우파 정당이 중도인 척하고 왔다 갔다 하면 표가 오지 않는다”며 ‘진짜 보수’를 자처하기도 했다.


그가 이처럼 중도와의 결별을 선언한 것은 ‘보수 대표성’ 확보를 겨냥한 정치적 이미지 작업의 일환일 것이다. 막강한 경선 상대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이기려면, 그런 포장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당원들과 지지층은 탄핵국면에서 그가 어떤 행보를 취했는지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그 깊은 상흔을 남기는 데 있어서 그는 유승민·김무성 전 의원 등과 함께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역할을 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뒤늦게 서울시장 경선을 앞두고 ‘진짜 보수’를 자처한다고 해서 과연 당원들이 그를 신뢰하고 지지할 수 있겠는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설사 당원들과 지지층이 그런 과거를 모두 잊고 나 전 의원에게 표를 몰아주어 당내 경선에서 승리했다고 치자.


이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중도층의 지지 없이 승리할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 중도층을 ‘패션 우파’로 매도하고, ‘진짜 보수’를 선언하는 것은 오히려 중도층의 표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최악의 선택이다.


결국, 나 전 의원은 서울시장 본선에 나가보지도 못한 채 꿈을 접어야 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 나경원 전 의원은 이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바보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 역시 그런 결과가 나오리라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가 오늘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대표가 경선 방식을 정하면 따르겠다”고 밝힌 것을 보면, 그는 이미 서울시장 선거를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중도층의 지지를 받아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면 왜,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것일까?


다른 노림수가 있을 것이다.


중도층을 포기하는 대신 ‘진짜 보수’를 자처하면서 얻을 수 있는 노림수란 무엇일까?


어쩌면 4월 재보궐선거 이후에 실시 될 전당대회일지도 모른다. 현재의 김종인 비대위 체제는 한시적이다. 재보궐선거 이후에는 전당대회를 열고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 전당대회는 서울시장 선거와 달리 중도층인 일반 시민보다 보수 성향의 당원들 선택이 중요하다. 즉 ‘중도’ 보다는 ‘보수’가 유리한 경선이라는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중도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진짜 보수’를 자처하며 우클릭하고 있는 게 아닐까?


어쩌면 서울시장 경선 참여는 단지 ‘페이스메이커’일 뿐이고, 진짜 속내는 전당대회에서의 차기 당 대표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중도층의 표심을 얻어야 할 선거에 중도와의 결별을 선언할 수 있겠는가.


정말 그런 것이라면 야권의 승리를 위해서라도 나경원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는 저지해야 한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중도로의 확장성을 저해하는 발언을 한 그를 당원과 야당 지지층이 심판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에 대한 나경원 전 의원의 해명을 듣고 싶다. 전화는 항시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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