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구하기’ 프로젝트 작동하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5-26 14: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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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공수처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에 대해 직접 수사에 나섰다. 대검찰청이 진상 조사를 하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중간에 끼어들어 공식 수사에 들어간 거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이성윤 중앙지검장의 '공수처장 관용차 에스코트 조사' 사건을 공수처에 사건을 넘기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수처장이 관련된 사건을 공수처에 떠넘기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이보다 더욱 황당한 것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태도다.


그는 법정에 넘겨진 공소사실 보도에 ‘유출 프레임’을 적용하는 건 공적 사안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우려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박 장관은 2019년 안양지청 검사들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 내용이 당사자 송달 전 공개된 것에 발끈하며 대검찰청에 진상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지시는 여당이 이 지검장 공소사실 보도에 대해 ‘유출’ 프레임을 제기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최고위원은 “공소장이 국회에 제출된 바 없고 이 지검장 변호인에게도 송달되지 않았다”라며 “공소장 유출 사실 감찰”을 강하게 요구했다.


박 장관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을 받는 검사 중 일부가 휴대전화 사용 내역 조회를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절차대로 진행이 되는 것”이라며 “협조하는 게 마땅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공인이다. 따라서 공인이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사람인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공적인 인물에 대해서는 프라이버시나 명예권이 일정 부분 제약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공소장은 법원에 제출하는 것으로 사실상 공개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특히 언론에 보도된 이 지검장 공소사실은 검사들이 사용하는 이프로스 내 수사결정시스템을 통해 전국 검사들이 열람할 수 있는 문서라고 한다.


그런데도 이를 ‘불법 유출’로 단정하면서 법무부 장관이 진상 조사를 지시하고, 공수처가 즉각 공식 수사에 들어간 것을 보면 법무부 차원의 ‘이성윤 구하기’ 프로젝트가 작동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박 장관이 이 지검장 기소를 “억지춘향격”이라고 비판한 것부터가 그렇다. 이는 공수처에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실제로 공수처 수사3부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처 관계자는 "박범계 장관 발언과는 관계없이 고발장이 들어와 수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다른 사건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사에 서두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공수처가 수백 건의 고발장을 접수했는데. 이번 사건은 고발 후 약 일주일 만에 수사에 착수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인 탓이다.


따라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 사건과 관련해 "위법 소지가 크다"라며 대검에 수사지시를 내린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대검의 진상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상황에서 공수처가 공식 수사에 나서면서 검찰과의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혹시 대검이 공소장 유출 사건에 대해 별거 아니라는 판단을 내릴 것을 미리 알고 공수처가 나선 것 아니냐면서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더구나 서울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이성윤 지검장의 '공수처장 관용차 에스코트 조사' 사건을 공수처에 넘겼다고 공개한 마당이다. 공수처장이 관련된 사건을 공수처가 수사하는 게 합당하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왜 박 장관과 공수처는 이처럼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혹시 ‘이성윤 구하기’ 프로젝트가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26일 이성윤 지검장을 겨냥해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의 주력이다. 그분이 피고인이 돼 법원에 재판을 받으러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중앙지검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상징적인 일”이라며 “타인의 허물을 단죄하는 검사의 경우 자기가 억울하더라도 기소됐다면 거취를 먼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며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하지만 민주당 주류에서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박 장관은 이성윤 지검장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짜증을 부리기도 했다. 이 지검장을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 회초리를 맞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다. 이번에는 회초리를 들었지만, 다음에는 몽둥이를 들지도 모른다. 그렇게 무서운 게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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