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모임’ 내각…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1-20 14: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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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3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친문재인계 핵심 모임인 '부엉이 모임'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명이나 내각에 포진한 탓이다.


부엉이 모임의 좌장 격이었던 전해철은 이미 지난 연말 행정안전부 장관에 임명되었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역시 부엉이 모임 소속이었다. 


그런데 이날 문화체육관광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각각 황희와 권칠승을 지명했는데, 그들도 부엉이 모임의 멤버였다. 


이로써 18개 부처 수장 중 특정 계파 의원 모임에 불과한 ‘부엉이 모임’ 출신이 4명이나 내각에 포진하게 되는 셈이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앞서 문체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 의원도 부엉이 모임 출신이다. 만일 그마저 장관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더라면 무려 5명의 장관이 특정 계파 출신으로 구성되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내각에 대해 ‘부엉이 모임 내각’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체 ‘부엉이 모임’이 어떤 모임이기에 이 정부에서 이토록 승승장구하는 것일까?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부엉이 모임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 15명이 20대 국회 때 '친목'을 명분으로 만든 모임으로 한때 회원이 40여 명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영표 의원도 이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비록 2018년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계파 모임’이라는 비판을 받고 해산했지만, 위세는 여전하다. 지난해 범 친문계 싱크탱크로 출범한 ‘민주주의4.0’가 사실은 부엉이 모임의 '확장판'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이들은 차기 대선에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내보내기 위해 막후에서 역할을 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어쨌거나 문 대통령은 이들을 내각에 포진함으로써 ‘협치’를 포기하고, 사실상 ‘친위 내각’을 선택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야당 인사 가운데서도 내각에 함께 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있다면 함께하는 노력을 하겠다”며 ‘협치’를 약속했으나, 집권 5년 차를 맞이하며 단행한 사실상의 마지막 개각에서마저 '부엉이 모임'을 통해 친위 내각을 구성함에 따라 ‘협치’ 약속은 산산 조각나고 말았다.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은 왜 ‘협치 내각’ 대신 ‘친위 내각’을 선택할 것일까?


사실 문 정권은 지금 최악의 사태에 직면해 있다.


최재형 원장이 이끄는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원전 조기폐쇄 경제성 평가 조작 사실이 이미 드러났고, 이를 바탕으로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수사는 몸통인 청와대를 향하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울산시장 부정선거 의혹 사건 등 권력의 핵심부를 향한 의혹이 즐비하다.


울산시장 부정선거 의혹이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송철호씨를 울산시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권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이런 의혹들로부터 문재인 대통령 혹은 관여한 권력의 핵심 인사들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친위 내각’을 구성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지지율 폭락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레임덕을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게 이유라면 이번 선택은 더더욱 잘못됐다.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의혹은 더욱 커지고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는 탓이다. 차라리 ‘협치 내각’, 나아가 ‘거국 중립내각’ 구성으로 정면돌파하는 게 나았을 텐데 아쉽다.


어쨌거나 이번 선택으로 문 대통령의 레임덕은 일시적으로 저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친문 폐족’의 길을 재촉했다는 혹독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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