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트럼피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6-01 14: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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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1차 컷오프에서 1위를 차지한 이준석 후보의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설사 당 대표가 되지 않더라도 이미 ‘이준석 돌풍’은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청년 정치인을 중심으로 대통령 출마에 나이를 제한한 현행 헌법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기성 정치인이 이에 가세하면서 '30대 대통령'을 위한 개헌 논의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1일 민주당 강원도당 여성·청년 간담회에서 "대통령 피선거권 자격을 40세에서 25세로 낮추고, 국회의원 피선거권 자격은 25세에서 18세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을 만 25세로 낮춰야 한다고 가세했다.


앞서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변인 역시 지난 30일 "40세 미만 대통령 출마 불가 조항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들었다. 당시 그는 40대였고, 이 불공정한 대선 규정은 젊은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라며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현행 대통령 출마 연령 40세 이상 제한은 6·25 전쟁 당시 이승만 정권에서 만들었고, 군사 쿠데타에 성공한 박정희 정권이 1963년 개헌 당시 헌법에 박아놓은 것으로 개헌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18년엔 문재인 대통령이 피선거 연령을 삭제하는 헌법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투표 불성립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준석 현상으로 인해 이 문제가 재등장한 것이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


우선 당장 ‘계파주의’ 부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준석은 자타가 공인하는 ‘유승민계’다. 자신이 유승민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할 정도다. 경쟁자들이 이 후보를 향해 “공정한 경선룰로 대선후보를 선출할 수 있겠느냐”라며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유다.


물론 유승민 전 의원은 이준석 후보에 대해 "바른정당을 만들면서 제대로 된 보수 정치해 보자고 뜻을 같이한 동지일 뿐"이라면서 "일부 당권 주자들이 유승민 계파니, 계보라고 하면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공격하는데 구시대적 계파는 아예 없다"라고 일축했으나 설득력이 없다.
이런 계파 부활은 야권통합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스스로 “제가 안철수 대표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걸 다 온 세상이 안다”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바른미래당을 공동으로 창당했지만, 이후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고, 끝내 결별했던 사이로 함께하기 어려운 관계다.


따라서 이준석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되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셈이다.


그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준석의 ‘트럼피즘’이다.


그로 인해 자칫 국민의힘이 ‘극우 정당’으로 낙인찍힐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이준석 돌풍'에 대해 “반(反)페미니즘과 공정을 가장한 능력주의만 있을 뿐 당 쇄신 콘텐츠는 없다”라고 혹평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여성에게 주어진 할당제와 가산점을 없애겠다며 그것을 ‘공정’으로 포장했다.


성평등지수가 OECD 꼴찌인 나라, 여성에게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인 우리나라에서 정치적 약자인 여성을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현장에 몰아넣고 각자 ‘능력’으로 살아남으라는 것이다. 강자와 약자를 동일 선상에 놓고 무한경쟁을 하라는 게 과연 공정한 것인가.


이는 정치적 약자인 여성 혐오를 부추겨, 강자인 남성들의 표를 얻고자 하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청년 할당제와 가산점을 없애겠다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과연 정치적 약자인 청년들이 정치적 기득권 세력인 기성세대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게 ‘공정’한 것인가. 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특정 타깃 집단에 호소해 권력을 쥐었던 방식과 닮았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트럼프의 통치는 결국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국회의사당 난입으로 막을 내렸으나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바이든이 뒤늦게 사회 양극화를 줄이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으나 미국은 혐오범죄가 끊이지 않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준석의 모습에서 얼핏 보이는 트럼프의 그림자가 섬뜩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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