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10 총선을 앞두고 서울 강서을에서 출마를 준비했던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김성태 전 의원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래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봤다.
그런데 ‘역시 한동훈’이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그의 처리는 아주 깔끔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13일 김성태 전 의원의 컷오프(공천 배제) 논란과 관련해 "누구와 다르게 진짜 단식을 한 분"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4·10 총선에서 후보로 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의원은 딸의 KT 부정채용 의혹에 따른 뇌물수수 혐의로 2022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지만 같은 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특사로 사면·복권됐다.
이에 따라 김 전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강서을에 공천 신청했는데, 공관위가 뇌물 관련 범죄로 집행유예 이상 형을 받으면 사면·복권되더라도 공천을 배제키로 한 방침에 따라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이다.
사실 김 전 의원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그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 목숨을 건 단식 농성으로 '드루킹 특검'을 관철했다. 이후 특검 수사를 통해 '친문(친문재인)의 황태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 도지사가 여론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그는 유죄판결로 낙마하고 말았다.
김 전 의원이 끌어낸 성과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입시 비리 등 '4대 부적격 비리'로 형사 처벌받으면 사면·복권이 되더라도 공천에서 원천 배제한다”라는 규정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그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한동훈 위원장의 생각이다.
실제로 한 위원장은 "김 전 의원은 누구와 다르게 진짜 단식을 한 분이고, 단식 목적 자체도 누구처럼 자기를 지키려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 지키려는 명분이 있는 것"이라면서도 "이번에 우리가 도입한 시스템 공천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 그래서 당의 후보로서 김 전 의원을 국민께 제시하지 못한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런 한동훈 위원장의 ‘원칙’을 믿기에 국민이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한동훈 위원장의 이런 ‘원칙’에 반하는 일이 서울 양천갑에서 발생했다.
이미 조수진 의원이 3년간 지역구를 다져왔을 뿐만 아니라, 정미경 전 의원도 도전장을 내민 상태에서 구자룡 비대위원이 가세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비대위원은 공관위의 결정을 최종 승인하는 ‘심판’이다. 이미 링 위에는 쟁쟁한 선수들이 뛰고 있는 마당에 심판인 자기도 선수로 뛰겠다고 나서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반칙’이다.
출마는 자유이지만, 출마하려면 공정한 경쟁을 위해 심판 ‘완장’에 해당하는 비대위원 직을 사퇴하고 출마하든지, 아니면 광주 출마를 선언한 박은식 비대위원처럼 사실상 당내 경쟁자가 없는 험지 중의 험지로 출마하는 ‘선민후사’ 결단을 하는 게 맞다.
구자룡 비대위원의 양천갑 출마라는 ‘반칙’ 선언은 ‘원칙’을 지키려는 한동훈 위원장의 아름다운 모습에 흙탕물을 튀기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다행인 것은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이 13일 인재들이 몰린 지역구의 후보를 재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점이다.
이날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출근길에서 기자들을 만나 “동일 지역에 중요한 지원자들이 몰렸으면 재배치해 경쟁력을 높여 승리할 것”이라며 “서울 지역에도 그런 분들이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진 의원과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지원한 서울 강남을과 하태경 의원·이혜훈 전 의원·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맞붙는 서울 중·성동을이 우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조수진 의원과 정미경 전 의원, 구자룡 비대위원 등이 몰려 있는 서울 양천갑도 재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동훈 위원장이 항상 강조해왔던 ‘공정한 공천’이자 ‘이기는 공천’을 위해서라도 구자룡 비대위원은 비대위원 직을 내려놓고 출마하든지. 아니면 당이 지정하는 지역구로 출마지를 옮기는 게 마땅하다. 그것이 정영환 공관위원장이 언급한 ‘후보 재배치’와도 맞는 방향 아니겠는가.
경고하거니와 임명직 비대위원이 임명권자인 비대위원장의 ‘원칙’을 훼손하는 ‘반칙’을 자행한다면 그건 옳지 않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