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아들은 ‘적격’ 김윤식은 ‘부적격’?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12-27 09: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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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경기 의정부갑에서 21대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문석균 김대중재단 의정부시지회장이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후보 적격 판정을 받았다. 지난 총선 때 당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했던 이력이 있는데도 예비후보 적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김윤식 전 시흥시장은 앞서 민주당으로부터 ‘경선 불복’을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김 전 시장은 21대 총선 때 시흥을 지역구 경선 방침을 막판 뒤집고 조 사무총장에게 단수 공천을 준 최고위 결정에 항의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무소속 출마 선언 닷새 만에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비록 화가 나서 무소속 출마하겠다며 기자회견을 했지만, 탈당하지도 않았고 그 후로도 계속 당적을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해 선거를 완주한 사람은 적격 판정을 받고, 당적을 지키면서 출마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부적격 판정을 내린 셈이다.


이러니 민주당 내에서 공천권을 가지고 장난하느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대체 민주당은 왜 이러는 것일까?


이번에 ‘적격’ 판정을 받은 문석균 씨는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문희상 전 국회의장 아들이기 때문이다.


문 씨는 지난 21대 총선 때도 문 전 의장의 지역구 세습 논란과 함께 ‘아빠 찬스’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 비판 때문에 당 지도부는 그를 공천하지 않고 오영환 의원을 의정부갑 지역구로 단수 공천하기로 했고, 이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했다.


당시 이해찬 대표가 “무소속 출마할 경우 영구 제명하겠다”라고 엄포를 놨지만, 그는 끝까지 선거를 완주했다. 오영환 의원이 승리했지만, 자칫 표의 분산으로 민주당이 패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적격’ 판정을 받았으니 “장난하느냐”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면 이번에 어이없는 ‘부적격’ 판정을 받은 김윤식 전 시장은 그가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에게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시흥시장을 지낸 김 전 시장은 지역 내에서 탄탄한 지지기반을 지니고 있어 조정식 사무총장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이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황당한 ‘경선불복’ 딱지를 붙여 그를 ‘부적격’ 판정하고 출마의 길을 봉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당시 김윤식 전 시장과 함께 ‘조정식 단수 공천’에 반발하며 그와 함께 가처분 신청을 냈던 김봉호 후보자는 ‘적격’ 판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런 의구심이 증폭된다.


이런 민주당의 모습은 공당(公黨)이라고 할 수 없다. 이재명의 사당(私黨)이 아니라면 이럴 수는 없다.


특히 한동훈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세운 여당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어제 취임 일성으로 총선 불출마와 불체포 특권 포기자 공천을 선언했다. 첫 등판부터 자신과 의원들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또 한 위원장은 애초 비례대표나 험지 출마, 대구·강남 등 텃밭 출마가 예견됐으나 전날 취임 입장 발표에서 "지역구와 비례로도 출마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친명계를 공천하기 위해 비명계는 황당한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친명계라면 부적격 판정을 내려야 할 사람에게도 ‘적격’ 판정을 내리는 민주당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가뜩이나 이 대표는 불체포 특권 포기 약속의 미이행, 사법리스크 등으로 이낙연 전 대표와 당내 혁신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으로부터 사퇴요구를 받고 있는데 공천 논란까지 더해지면 더는 버티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런 마당에 여당에선 한동훈 비대위원장까지 등장했으니 이 대표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죽하면 친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이 "한동훈 바람이 분다면 이재명 당 대표도 그에 상응할 만한 결심도 해야 한다"라고 압박했겠는가.


그런데도 이 대표가 지금처럼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면 당이 쪼개지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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