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동반침몰이냐 난파선 탈출이냐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2-22 09: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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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이 곧 국회로 넘어올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이 대표 본인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그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겠냐. 국가 권력을 가지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냐"라며 "폭력배가 폭행을 저지르면서 왜 방어하냐, 가만히 맞으라고 하는 것은 깡패 인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을 잡아보겠다고 이재명의 가족·친구·후원자·이웃·지지자·아는 사람까지 이재명과 관계있는 사람들이 저 때문에 고통이 너무 크다"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적반하장(賊反荷杖)도 그 정도를 넘어섰다는 느낌이다.


이 대표는 전날 의총에서도 자신이 직접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 줄은 몰랐다”라며 무려 10여 분간이나 영장 청구의 부당함을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는 “이재명의 대선 패배 업보”라며 “당 대표로서 의원들에게 마음의 빚을 갖고 있다”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참으로 가관이다.


사실 이 문제는 대선 승패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가 성남시장 재임 당시에 저지른 ‘지자체 토착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일 뿐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의 간곡한 호소에 체포동의안 ‘부결’ 쪽으로 무게를 싣기로 했다고 한다.


국민의 시선을 의식해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 채택하지는 않기로 했지만, 사실상 체포동의안 표결에 ‘부결’ 표를 던지기로 뜻을 모았다는 말이다.


현역 국회의원인 이 대표는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는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체포동의안이 통과돼야 법원에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할 수 있다. 국회 의석의 과반이 참석해 출석 의원 중 절반 이상이 찬성해야 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


그런데 민주당은 현재 전체 국회 의석의 절반이 넘는 169석을 보유해 단독으로 체포동의안의 통과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국민의힘(115석)과 정의당(6석),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1석)이 이 대표 구속에 찬성하고 있지만, 과반에 못 미친다.


민주당에서 최소 28명이 찬성해야만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는데 의총에서 ‘부결’ 쪽으로 의견을 모은 상태이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아야 하는 현역 의원들이 눈치 보느라 그렇게 많은 숫자가 이탈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유’ 없는 ‘자유투표’로 부결을 강요당하는 셈이다.

 

따라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국회에서 부결될 것이 빤하다.


하지만 그런 결과가 과연 민주당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지금처럼 방탄을 계속하면 폭망”이라며 “수도권의 경우 121석 중 민주당이 103석을 가지고 있는데, (내년 총선에선) 절반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라고 지적했다.


박빙의 승부전이 펼쳐지는 수도권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고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특히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난다는 보장도 없다.


2차, 3차 체포동의안이 계속해서 국회로 넘어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때마다 민주당 의원들이 방패막이가 되어 이 대표를 계속해서 방어한다면 가뜩이나 이재명 사법리크로 추락하는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번은 부결할 수 있지만, 연이어 부결하는 것은 민주당으로서는 당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것이어서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현역 의원들은 자신들의 금배지가 달린 문제라는 점에서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1차 체포동의안을 깔끔하게 가결해서 자신들이 살고 당도 사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어떨까?


체포동의안 부결로 피의자 신분인 이재명 대표와 동반침몰할 것이냐, 가결로 침몰하는 난파선에서 탈출할 것이냐, 민주당 의원들의 선택이 자신의 운명과 당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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