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소방서 119구급대 박영철 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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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중요한 역할이 때로는 비합리적인 구급차 이용으로 인해 방해받고 있다.
먼저 구급차를 마치 택시처럼 이용하는 현실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출동 현장에서 걷거나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사람들이 구급차를 호출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단순히 병원에 더 빠르게 가고 싶거나 교통비를 절약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급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응급환자를 위한 소중한 시간이 낭비된다. 한 건의 비응급 신고를 처리하는 동안 다른 곳에서는 심정지 환자나 중증 외상 환자가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구급대원으로서 이 상황은 너무나도 안타깝고 무력감까지 느끼게 한다.
구급차는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들을 위한 구조 도구다. 심정지, 호흡곤란, 중증 외상, 급성 심근경색 등 긴급한 상황에서 적시에 응급처치와 병원 이송이 이뤄져야 환자의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비응급 환자들의 신고로 인해 진정 위급한 응급환자들이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사례가 있었다. 한 고혈압 환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도착해 보니 단순히 약을 처방받으러 병원에 가는 길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순간 반대편 지역에서는 심정지 환자가 발생해 긴급 출동 요청이 있었지만 이미 우리 팀은 출동 중이었고 다른 팀이 더 먼 거리에서 출동해야 했다. 그 심정지 환자는 결국 골든타임을 놓쳤다.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구급차는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병원에 갈 수 있는 경우 구급차를 호출하지 말아 주시길 바란다. 골든타임은 응급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 응급환자가 아니라면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가족과 함께 병원을 방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급차 오남용 방지를 위한 교육과 캠페인을 강화하고 의료기관과 연계한 대체 수단 마련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구급차는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희망이다. 당신의 양보와 배려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우리가 서로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돌려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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