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이제 그만하고 자중하시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4-14 10: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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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홍준표 대구시장이,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데 대해 책임지고 물러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연일 비판하고 나서 지지자들마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 비판의 강도는 ‘제3자’가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총선 참패가 확인된 날부터 홍 시장은 한동훈 전 위원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표현도 매우 거칠었다.


‘배알도 없는 맹종’이라거나 '문재인 사냥개', '깜도 안 되는 것'이라는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실제로 홍 시장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이야 우리 당에 들어와 정권교체도 해주고 지방선거도 대승하게 해 주었지만, 도대체 우리에게 지옥을 맛보게 해준 한동훈이 무슨 염치로 이 당 비대위원장이 된다는 건가"라고 포문을 열었다.


특히 한동훈 전 위원장을 향해 "전략도 없고 메세지도 없고 오로지 철부지 정치 초년생 하나가 셀카나 찍으면서 나홀로 대권놀이나 한 것"이라며 "그런 전쟁 이길 수 있다고 본 사람들이 바보"라고도 했다.


그는 지난 12일 오후에도 자신의 SNS를 통해 '문재인 사냥개' '애를 데리고 와서'라는 등 거친 표현으로 한 전 위원장을 겨냥했다.


홍 시장은 "문재인 믿고 사냥개가 돼 우리를 그렇게 모질게 짓밟던 애를 데리고 와서 배알도 없이 그 밑에서 박수치는 게 그렇게도 좋더냐?"라고 반문하며 총선 내내 한동훈을 외치고 눈치만 보던 국민의힘 의원들과 후보들을 질책했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대구시청 기자실을 찾아 "이번 선거는 시작부터 잘못된 선거였다. 정권의 운명을 가늠하는 선거인데 초짜 당 대표에 선거를 총괄하는 사람은 보궐선거로 들어왔고, 공관위원장은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었다"라면서 "총선 기간 여당 선거운동 중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 있었나. 동원된 당원들 앞에서 셀카 찍던 것뿐"이라고 깎아내렸다.


이어 "총선이 끝나면 황교안 꼴 난다고 예상했다. 그런 사람에게 총선을 총괄 지휘하게 한 국민의힘도 잘못된 집단"이라며 "깜도 안 되는 것을 데리고 왔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물론 그의 비판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한동훈 위원장 나홀로 총선을 끌어나가기에는 처음부터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당 안팎의 경험 많은 분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함께 가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런 조언을 수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 책임을 한동훈 전 위원장이 오롯이 져야 하는 건 아니다.


홍 시장은 "선거가 참패하고 난 뒤 그걸 당의 책임이 아닌 대통령 책임으로 돌리게 되면 이 정권은 그야말로 대혼란을 초래하게 되고 범여권 전체가 수렁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는데, 한 전 위원장이 그렇게 했는가.


아니다.


그는 총선 직후 총선 참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는가. 실제로 그는 11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저부터 깊이 반성한다"라며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라고 했다.


하지만 총선 참패의 근본적인 원인이 윤석열 정부에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만한 일이다.


하필이면 총선 직전에 이종섭 씨를 호주대사로 내보낸 것부터가 잘 못이다.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 수석의 ‘회칼’ 발언으로 정국이 발칵 뒤집혔는데도 늑장 대응한 것 역시 불붙은 윤석열 정권 심판론에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했다. 의정 갈등 상황에 알맹이 없는 긴급기자회견을 한 것도 문제다.


물론 그러니 책임지라는 건 아니다. 대통령이 책임지고 물러날 수는 없다. 다만 그런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단행하고, 겸허하게 국정 운영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


홍 시장 역시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한동훈 전 위원장에 대한 비판은 그만하시고, 당의 어른으로서 어떻게 하면 다시 의기투합해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조언하고 힘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동훈 전 위원장 역시 지금은 아프겠지만, 공익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약속한 만큼, 다시 돌아와 힘을 보태야 한다. 지금은 누구의 책임론을 거론하고 내부 총질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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