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원희룡, 두 분 다 물러나시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7-08 10: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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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막장으로 치닫는 여당의 당권 경쟁을 보면 정말 같은 당에서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정당은 정권의 획득과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정치단체다. 그런데 이런 분열 상태라면 누가 당 대표로 선출되더라도 과연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불거진 한동훈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메시지 무시 논란은 ‘친윤 대 친한 갈등’이 본격화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당대회가 ‘원희룡 대 한동훈’ 구도로 간다면 그것은 결국 ‘친윤 대 친한’ 구도로 가는 것과 같아서 누가 당 대표로 당선되더라도 그 후유증은 매우 심각할 것이다. 당이 분열되거나 급기야 분당사태로 치닫는 최악의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친윤계는 한 후보를 겨냥한 윤리위 제소마저 거론하고 있다. 과거 '이준석 축출' 때 쓰였던 카드다. 실제로 친윤계와 원희룡 후보는 한 후보 측에서 '대통령실 당무개입'을 주장하는 데 대해 "당을 분열시키고 대통령을 흔드는 해당 행위"라며 징계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과연 이런 분열된 모습으로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도 흔들림 없이 이재명 일극 체제로 단일대오를 형성한 더불어민주당을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통령선거에서 꺾을 수 있겠는가.
물론 이재명 대표의 정치 생명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의 재판 일정 등을 볼 때 빠르면 9월, 늦어도 11월쯤이면 그의 운명도 다할 것이고, 그러면 그 한 사람만 바라보던 민주당은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지금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연루 의혹 사건 수사담당 검사들을 무더기로 탄핵 발의한 것은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방탄 탄핵’이다. 그러나 그런 무리수로는 결단코 법원의 유죄 판결을 막을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이재명으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고, 대안을 찾기 어려운 민주당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으로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에서 가볍게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면 오산이다. 단언컨대 지금과 같은 분열 양상이 이어진다면 그와 같은 민주당의 위기에도 여당은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분열의 원인으로 지목된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이쯤에서 당 대표 후보직을 사퇴하는 게 어떨까.


어차피 두 후보는 당권이 목적이 아니라 대권이 목적이라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을 만큼, 정치적 야욕이 큰 사람들이다.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당 대표로 선출되더라도 대표 임기를 끝까지 지킬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로 한 후보와 원 후보는 당권-대권 분리규정에 따라 2025년 9월경이면 대권 도전을 위해 당 대표직을 사퇴할 수도 있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당 대표가 중요한 2026년 지방선거를 내팽개치고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중도에 사퇴한다면, 그게 과연 당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더구나 자신들이 목적한 2027년 대선에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기 대선을 위해서라도 두 후보는 이번 당 대표 선거에는 나서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총선 참패로 무기력해진 당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2026년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 승리로 이끌겠다는 각오가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여당 총선 후보들을 나락으로 빠뜨렸던 것처럼 지방선거 출마자들마저 그렇게 패배자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분열의 중심에 선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이쯤에서 물러나시라.


결과적으로 두 후보의 대권욕이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 아니겠는가.


후보사퇴를 결단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결국은 그것이 당을 위해서는 물론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이 당권을 장악하고 조강특위를 통해 당협위원장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해 자신의 측근들로 채워서 얻는 이익보다도 더 크고 멋진 선택 아니겠는가. 어차피 목적이 대권이라면 이번 당권은 대권에 출마하지 않을 후보에게 양보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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