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제7공화국’을 여시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4-21 10: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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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현대 국가는 대의제 민주주의입니다. 의회는 국정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권력을 야당과 공유해야 합니다. 이제는 연정 수준으로 야당과 협조해야 합니다. 협상 파트너인 이재명 대표와 만나셔야 합니다. 법률적 문제는 사법부에 맡기면 됩니다.”


이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최근 중앙일보에 ‘윤 대통령, 연정 수준으로 야당과 소통해주길’이라는 제목으로 특별 기고한 글의 한 부분이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 연정을 제안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4.10 총선에서 압승한 만큼 윤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으로 힘을 쓰지 못할 것이고, 차기 대통령선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 나는 상황에서 굳이 연정에 참여할 이유를 느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노무현 정권에서도 노 전 대통령이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안했지만, 거부했던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도 윤 대통령은 야당에 거국적 중립 내각 구성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이건 윤 대통령 자신이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국민과 야당에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4·10 총선 참패 뒤 지난 16일 국무회의 머리발언을 통해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은 충격적이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모자랐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구조 개혁은 멈출 수 없습니다.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 의견은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습니다”라고 언급한 부분은 내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한마디로 ‘나는 잘했는데 국민이 체감하지 못했다’라는 거 아닌가. 그래서 ‘지금처럼 그대로 밀고 가겠다’라는 것인데,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건 답이 아니다.


그렇게 가면 2년 후에 있을 지방선거는 물론 다음 대선도 희망이 없다.


최근에 공개된 한 여론조사에 여당 총선 참패 요인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꼽은 유권자가 10명 중 7명 가까이 된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변화가 없다면 그 결과는 참혹할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야당에 연정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설사 야당이 수용하지 않더라도 국민에게는 변화 의지를 보여주는 수단이 될 것이다.


단순히 보여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걸 제도화하겠다는 의지까지 드러낸다면 금상첨화다.


지금 행정부와 입법부의 권력이 충돌하면서 국가는 대혼란에 빠졌다. 이것이 대통령제의 단점이다. 윤 대통령을 잘 아는 분들의 평가는 대체로 ‘윤석열은 성심이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필자 역시 그렇게 믿는다. 그러나 성심이 좋은 것과 정치를 잘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아마도 검사 출신인 그로서는 온갖 범죄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의자 신분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는 것 자체가 ‘혐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만나야 하는 게 정치다.


그리고 기왕에 만나면 연정 수준의 제안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총리를 이재명 대표에게 추천해 보라고 하는 것이다. 어차피 야당이 반대하면 총리는 임명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총리 후보로 서너 명을 추천하라 하고 그 가운데 합당한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하면 되는 것이다. 나아가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총리 임명권을 아예 국회에 넘기는 개헌을 제안하는 것은 어떨까.


필요하다면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단축해 4년 중임제를 시행하도록 하고 대선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르도록 하는 것도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도록 하자.


총리 임명권을 국회에 넘기고 4년 중임제로 가는 대통령제를 제안한다면 국민도 윤 대통령의 변화 의지를 인정할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해서 윤석열 대통령이 제7공화국을 여는 대통령이 되는 것도 역사에 나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대로 간다면 ‘윤석열 리스크’로 2년 후 지방선거는 물론 3년 후 대선도 장담하기 어렵지만, 개헌 대통령이 된다면 지방선거와 대선 모두 승리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고 정권 재창출까지 할 수 있다면, 임기 1년을 단축하는 희생 정도야 뭐 그리 대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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