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바짓가랑이 잡을 이유 없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1-29 10: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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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통합 빅텐트를 논의할 때는 아니다. 어차피 이준석 대표도 설 연휴 이전에 통합 논의할 의향이 없는 것 아니냐. 굳이 우리가 바짓가랑이를 잡고 논의하자고 할 이유가 없다.”


개혁미래당(가칭) 관계자는 ‘제3지대 빅텐트’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마디로 제3지대 대통합은 이준석 대표 때문에 불가능하고, 거기에 목을 맬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새로운미래’와 이원욱 의원 등이 모인 ‘미래대연합’은 28일 가칭 ‘개혁미래당’을 공동창당하기로 합의했다.


다음 달 4일 창당대회를 열기로 한 이들은 “패권을 배격하고 민주적 합의의 원칙과 제도에 기초해 정당을 운영할 것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라는 한 뿌리에서 갈라진 새로운미래와 미래연합은 ‘제3지대 대통합’을 추구하면서도 따로 탈당해 각각 신당 창당을 준비해왔으나 ‘제3지대 빅텐트’를 위해 일단 이들부터 의기투합한 것이다.


앞서 지난 24일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과 양향자 대표의 한국의희망이 합당을 선언한 데 이어, 민주당 탈당파가 서로 손을 잡으면서 제3지대 판도가 일대일 구도로 단순해진 양상이다.


그러나 구도가 단순해진 만큼 대통합은 손쉽게 이뤄질 것이란 일반의 예상은 어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누구와도 어울리기 힘든 이준석 대표 탓이다.


실제로 4월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의 빅텐트 구상이 난맥상을 겪고 있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와 합당을 선언한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탈당파가 주도한 ‘개혁미래당(가칭) 간 통합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에겐 양당 통합의사가 없다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난 마당이다.


만일 통합의사가 있다면 ‘개혁미래당’ 당명에 ‘개혁’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을 오히려 반길 텐데, 이준석 대표는 오히려 그걸 문제 삼으며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그는 개혁미래당의 창당 소식에 “개혁신당이 출범해서 개혁을 화두로 삼아서 이슈를 만들어 가는 상황에서 ‘개혁미래당’이라는 당명을 쓰겠다는 것은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 옆에 신장개업한 중국집 이름 조금 알려져 간다고 그대로 차용하겠다는 것”이라며 “무임승차는 지하철이든, 당명이든 곤란하다”고 쏘아붙였다.


이러다 보니 제3 세력 간 정책협의체인 ‘비전대화’도 대화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비전 대화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화학적 결합의 기본 조건인 정책과 비전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로써 제3지대 대통합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물론 아직 어느 쪽에도 합류하지 않은 금태섭·류호정·조성주 공동대표가 이끄는 ‘새로운선택’이 제3지대 대통합을 위해 중재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깝다.


새로운선택에 있는 인사들도 그걸 모를 리 없다. 거기에는 이준석과는 어울릴 수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결국, ‘새로운선택’도 개혁미래당과 통합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은 제3지대에서도 왕따가 될 수밖에 없다.


그건 자업자득이다.


이준석 대표가 어떤 사람인가.


노인 무임승차 폐지 공약으로 세대를 ‘갈라치기’하고, 여성 공무원 병역 의무화 공약으로 남녀를 ‘갈라치기’하는 것으로 ‘이대남(20대남성)’이라는 자신의 지지기반을 구축할 수만 있다면 혐오 정치를 조장하는 것조차 개의치 않았던 사람이다.


그와 함께 정치한다는 것은 민주당의 개딸 팬덤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따라서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을 이유가 없다는 개혁미래당 관계자의 판단은 현명하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야당 교체’를 선언한 개혁미래당이 제3지대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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