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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당원투표 100%로 당 대표를 뽑는 현행 전당대회 룰 개정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고 한다. ‘민심’이 아닌 ‘당심’을 최대한 반영하는 현행 룰이 국민의힘이 유권자로부터 외면받게 된 한 원인이 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오픈프라이머리(open primary) 방식을 도입하는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논의가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
오픈프라이머리는 투표자가 자기의 소속 정당을 밝히지 아니하고 특정 정당의 당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한마디로 선출권을 소속 당원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 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는 국민의 선거 참여 기회를 확대해 참여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역선택 문제 등 부작용도 상당하다. 특히 당의 주인인 당원의 존재 의미가 미미해지고 정당정치의 실현이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이는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나 대통령 후보, 혹은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후보 등 공직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당직자를 선출하는 것까지 당원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투표권을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심지어 다른 정당 지지자들에게까지 투표권을 부여한다면 이건 정상적인 제도가 아니다. 여당 당 대표를 선출하는데 야당 지지자들이 강한 사람을 선택할 리 만무하다. 가장 취약한 사람에게 표를 몰아주는 이른바 ‘역선택’을 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어 부작용을 없애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여론조사 응답자들이 지지 정당을 거짓으로 말하면 가려낼 방도가 없다. 또 그렇게까지 해가면서 굳이 민심이라는 걸 억지로 반영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왜 일부 국회의원들은 자당 대표를 선출하는데 타당 지지자들에게까지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당의 주인인 당원들을 믿지 못하고, 당원들을 민심과 괴리된 집단으로 여기는 탓이다. 사실 그렇게 당원들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그 정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다는 것이야말로 웃기는 얘기 아니겠는가.
100만 당원의 마음이 곧 민심이다. 그걸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당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
더구나 당의 주인은 누가 뭐래도 당원이다. 당의 대표를 선출하는 권한을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갖는 건 상식이다. 이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권한이 국민에게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이 권한을 빼앗거나 제약하는 것으로 당원들은 이런 주장에 분노해야 한다.
현재의 여당은 한나라당 홍준표 혁신위원회 체제가 들어서기 이전까지만 해도 당 대표는 물론 광역단체장이나 대통령 후보도 모두 당원 100%로 선출했었다.
그런데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지금의 민주당을 상대로 승리한 선거가 더 많았다.
이걸 바꾼 게 지금의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그는 한나라당 혁신위원장 시절인 지난 2006년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룰을 여론조사 30%, 당원 70%로, 광역단체장 이상 대선 후보는 여론조사 50%대 당원 50%로 바꾸었다.
그런데 역선택 부작용 등 많은 문제점이 속출했고, 결국 3·8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2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 룰을 ‘당원 100%’ 룰로 바꿨다.
이걸 다시 뒤집는 논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준표 시장은 "제가 만든 룰이지만, 당 대표 선거는 당원 100%로 하는 게 맞을 것"이라며 "그 룰(당원 100% 선출 방식)은 바꿀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당 대표는 당원을 대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원들만 선거권을 갖는 잔치가 돼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여당에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를 최초로 도입했던 사람이 스스로 그보다는 ‘당원 100% 선출’이 좋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영남권 등 특정 지역에 편중되거나 호남권 등 특정 지역이 소외될 위험성이 있다면 당원들의 지역별 득표율 결과를 지역 인구 분포 비율에 맞게 조정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험지에서 어려운 여건에서도 당원으로 활동하는 사람에게 긍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 오픈프라이머리 논의보다는 이런 논의를 시작하는 게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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