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여당 후보 지원 유세…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3-31 10: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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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4·10 총선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광진구에서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고문이 떴다.


손 고문은 지금은 당적도 없이 정계를 떠나 있지만, 한때 여야를 넘나들며 4번이나 금배지를 달았고, 경기도지사를 역임했으며, 여야 대선후보 경선에도 세 차례나 도전한 경륜과 관록의 정치인이다. 정치부 기자들로부터는 항상 “대통령을 가장 잘 할 것 같은 정치인” 1순위로 꼽혔지만, 개인적으로는 불운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왜 광진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일까?


사실 그는 광진구와는 특별한 인연도 없다. 그래서 그의 등장에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이다.


손학규 고문이 30일 중곡제일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광진갑에 출마한 김병민 국민의힘 후보의 지원 유세를 위해서였다.


유세차에서 마이크를 잡은 손 고문은 "내가 아는 김병민 후보는 한쪽 편만 들고, 상대방을 무조건 비난하고 당파 싸움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여러분도 그런 김병민을 보신 적이 있느냐"라고 반문한 후 "김 후보는 젊은 사람으로 우리나라가 가야 할 길,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대로 보고 가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우리나라 정치를 이끌어야 한다. 김병민 후보와 같이 옳은 사람이 정치를 맡아서 우리나라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손 고문은 이른바 ‘YS키즈’ 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를 정치권에 영입했고, 지금의 여당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경기도지사까지 지냈지만, 탈당 후 쓰러져가는 민주당에 입당해 당 대표로 추대되었고, 40석도 어려울 것이란 총선에서 선방해 80석이 넘는 성적을 거두었다.


비록 지금은 당적이 없다고 하나 그렇게 두 번이나 민주당 대표를 지냈던 그가 여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유세차에 오른 것은 의외다.


손 고문은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나는 정치를 오래 했다가 지금은 정치를 그만둔 사람이다. 그래서 당적도 없다. 광진구와 인연도 없다. 나는 경기도지사를 했던 사람이고 또 민주당 대표를 했었던 사람"이라면서도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은 김병민 후보가 이번에 꼭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꼭 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서 온 것이다. 생산적인 국회, 건설적인 국회를 만드는데 김병민이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후보는 마이크를 이어받아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은 손 고문이 걸어가고 있는 중도의 길을 함께 걷고 싶다. 정치하면서 합의의 정치, 중도의 정치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손 고문은 단지 유세차에서 형식적인 지원 유세만 하고 돌아간 것이 아니었다. 김 후보와 함께 시장 내 상가를 돌면서 시민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김병민 후보에게 상당한 힘이 실렸을 것이다.


그런데 손 고문이 여당 후보를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3월 28일 오후 2시 전남 광양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 출정식에도 갔다.


손 고문은 “봄비로 길바닥에 넘치는 물에 구두가 흥건히 잠긴다. 우산을 쓰고, 혹은 비를 맞으면서 인동교차로 네거리를 꽉 메운 수백 명의 군중. 연설하는 이정현 후보의 열정에 못지않게 군중들의 반응이 뜨겁다. 상대방에 대한 비난은 한마디도 없다. 당파적 발언도 찾아볼 수 없었다. 광양, 순천, 구례, 곡성의 현안과 발전 계획, 광주, 전남의 비전에 대한 절절한 호소가 전부”라며 “지역 발전과 나라의 정치개혁을 위해서 해야 할 정치인의 자세에 대한 역설이 폐부를 찌른다. 명연설을 들으며 환호하는 군중들의 모습. 여기 광양은 이번에 바뀌는구나. 희망을 볼 수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한 번의 비례대표를 거쳐, 여당에는 불모의 땅인 전남에서 지역구 의원 두 번. 혼자의 힘으로 두 번의 최고위원과 정무수석, 홍보 수석, 그리고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대표까지 역임한 이정현 후보는 우리나라 정치인의 모범생”이라며 “앞에 나서는 일 없이 지역주민과 함께 현안을 챙기고, 전국을 돌며 마을회관에서 자면서 민생을 살펴왔다. 야인시절에는 40개가 넘는 나라의 대사를 만나 국제관계를 챙겼다. 전국의 모든 군 지휘부를 찾아 안보를 살폈다. 국정 수행의 중요한 과제를 챙기며 지도자 준비를 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선거 운동도 (전동) 자전거로 구석구석 혼자 누비며 주민과 직접 소통하는 이정현 후보, 이번에 광양, 순천, 구례, 곡성에서 당선되어 천지개벽을 이루고, 이 나라의 정치를 바꾸는 한국 정치의 큰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손학규 고문은 그런 사람이다. 좌우 어느 특정 진영에 매몰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지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기꺼이 응원하는 그야말로 지금은 정계를 떠났지만 참 정치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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