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자객공천’ 논란 분당의 씨앗?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11-01 10: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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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더불어민주당 원외 인사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특히 친명계 인사들이 대거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이른바 ‘자객공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이재명 대표와 가깝다고 얘기하는 것은 정치신인이나 도전자들의 자가발전"이라며 ‘자객공천’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지역구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심상치 않다.


친명계 원외 인사가 비명 현역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는 사례가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강성 친명계 원외 인사들의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소속 인사들이 비명계 의원의 지역구에서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실제로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강위원 사무총장은 지난 15일 송갑석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갑 출마를 선언했다. 강 총장은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 재임 시절 경기도농수산진흥원 지냈고, 지난 대선 때는 당시 이재명 후보 비서실에 몸담았던 강성 친명계 인사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운영위원장인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은 고향인 강원 강릉 출마를 준비하다 최근 서울 은평을 출마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평을은 비명계 강병원 의원의 지역구다.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 지역구인 경기 화성을에는 이 대표 경기지사 시절 경기복지재단 대표를 지낸 진석범 동탄복지포럼 대표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당 대변인으로 선임됐던 황명선 전 논산시장은 김종민 의원 지역구인 '충남 논산·계룡·금산' 출마할 예정이다. 황 전 시장은 원외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지난 3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 후 촉발된 비명계의 인적 쇄신 요구에 단행된 당직 개편 때 교체됐다.


윤영찬 의원 지역구인 경기 성남중원에는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전해철 의원 지역구인 안산상록갑에는 양문석 전 방통위 상임위원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상민 의원 지역구(대전 유성을)에는 이경 상근부대변인이 도전장을 냈다.


이 대표가 지난 8월 대거 특별보좌역으로 임명한 인사들도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 도전하기로 했다.


박균택·김문수·정진욱 특보는 각각 이용빈 의원(광주 광산갑), 소병철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윤영덕 의원(광주 동남갑) 지역구에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원외 인사뿐 아니라 김의겸·양이원영 의원 등 친명계 비례대표 의원들도 일찌감치 비명계 의원들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지고 표밭갈이에 나섰다.


김 의원과 양이 의원은 각각 비명계인 신영대 의원(전북 군산), 양기대 의원(경기 광명을)과 한판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 여러 곳 가운데 비명계 지역구만 ‘콕’ 집어서 강성 친명계 인사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비명계 인사들이 ‘자객공천’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특히 친명계 조정식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유임시킨 것에 대한 불신이 크다.


비명계는 친명계인 조정식 사무총장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사태 이후 사의를 표명했지만 유임된 것을 두고 '자객공천'과 같은 불공정 공천 가능성을 우려하는 마당이다.


사무총장은 공천 실무 책임자로 공천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를 대신해 입김을 불어놓을 수 있는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명계가 사무총장 교체를 강하게 요구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꿈쩍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 상태라면 아무리 공천 시스템이 잘 갖춰줘 있더라도 비명계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에 친명 원외 관계자를 경선에 투입하거나, 전략공천 등의 방식으로 얼마든지 비명 현역 의원을 밀어낼 수 있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이 "이 대표 체제가 갖는 중대한 한계나 결함 때문에, 앞으로 있을 공천이나 당무에서 공정하지 못한 처사가 많을 것이라는 불신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 것은 이런 연유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공정한 공천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쩌면 ‘자객공천’ 논란이 민주당 분당의 씨앗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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