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을 등지는 ‘이재명 맞춤당’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6-16 10: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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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불과 2개월 전 총선에서 대승한 정당이 비록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총선에서 완패한 여당보다도 지지율이 낮게 나온 것이다. 아마도 이런 사례는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일 것이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30%, 민주당 27%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율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저치다.(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며 응답률은 11.0%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심이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민주당이 ‘민주’ 정당이 아니라 ‘이재명 맞춤형’ 정당으로 전락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 대표는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 제25조에 예외조항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했다. 추가된 예외조항에는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개정안은 6월 12일 당무위원회를 통과했으며, 6월 17일 당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당헌 개정은 ‘이재명 맞춤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원래 당헌대로라면 이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표직을 연임할 경우 2026년 3월 당 대표에서 물러나야 2027년 3월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있다. 2026년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이 대표가 공천권 행사 등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당헌이 개정되면 2026년 6월에 열리는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치를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그만큼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이 ‘위인설법’(특정인을 위해 법을 바꾼다)이라는 비판을 받는 까닭이다.


특히, 해당 당헌에 담겨 있는 ‘당권·대권 분리’ 원칙은 여야를 막론하고 한국 정치권이 당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유지해온 전통이라는 점에서 여당은 물론 민주당 안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원조 친명계(친이재명계) ‘7인회’ 멤버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도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비판에 나섰다.


민주당의 이번 당헌 개정이 ‘이재명 맞춤형’이라는 비판을 넘어 당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오랜 전통과 대선 경선의 공정성을 허물어뜨린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국민의힘의 움직임과도 대비된다. 최근 국민의힘에서도 안철수 의원 등 일부 당권 주자를 중심으로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고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국민의힘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회는 6월 12일 원칙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러니 국민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싼 민주당의 독주 움직임,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재점화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오직 ‘이재명 방탄’만을 위해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던 원내 2당에 법사위원장을 주는 관례를 깨고 자기들이 독식하고 말았다. 사법리스크로부터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해 당은 물론 국회마저 ‘이재명 맞춤형’으로 재편하고 만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이외에 다른 대권 주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깝다. 누가 감히 마피아 같은 ‘1인 보스 체제’의 정당에서 경쟁하겠다고 나설 수 있겠는가. 문제는 그러다 이 대표가 11개 혐의 중 일부라도 유죄판결을 받아 대선에 나오지 못할 경우, 민주당은 대선후보를 내지 못하는 ‘불임 정당’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재명의 입맛에 맞추면 맞출수록 국민과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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