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전대, 김두관의 도전 의미 있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7-10 10: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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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뽑는 8·18 전국당원대회를 앞두고 김두관 전 의원이 당 대표 출마 선언한 것을 두고 ‘달걀로 바위 치기’라며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히 예상되는 경선 결과만 놓고 본다면, 그럴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미 ‘이재명 당’으로 전락해버렸다.


거기엔 ‘김대중’도 ‘노무현’도 없다. ‘민주’도 사라진 지 오래다.


남아있는 건 오로지 이재명 한 사람뿐이다. 그런 당에서 김두관 전 의원이 이재명 전 대표에게 도전한다고 해도 의미 있는 성적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사실 김두관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더라면 민주당 전당대회는 ‘이재명 추대 대회’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김두관이 출마한다고 해도 이재명의 연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게 지금의 민주당이다.


최고위원에 출마하는 12명이 모두 ‘이재명’을 한목소리로 연호하는 걸 보면, 이게 대한민국의 정당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마치 북한에서 김정은을 ‘어버이 수령’으로 떠받들 듯 그들은 이재명을 ‘민주당의 아버지’로 떠받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실제로 12명 최고위원 출마선언문에 ‘이재명’이라는 언급만 무려 104번이나 나온다.


강선우 의원은 출마선언문에 ‘이재명’을 총 29회 적었고, 원외 인사인 김지호 부대변인은 20회, 전현희 의원 15회, 민형배 의원 13회, 한준호 의원은 9회로 그 뒤를 이었다. 이들 12명 중 출마선언문에 ‘이재명’을 적지 않은 후보는 정봉주 전 의원이 유일하다.


최고위원 후보라면 차기 지방선거와 대선 승리를 위해 우리 당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고 자신의 어떤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지 보여줘야 하는데 너도나도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만 외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최고위원 후보로 내세울 콘텐츠가 ‘이재명’이라는 세 글자뿐이라면 그들은 자격이 없다.


그런데도 그게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되는 게 지금의 민주당이다.


이런 정당에서 김두관이 이재명의 독주 체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따라서 그 결과는 보나 마나다. 김두관으로서는 두 자릿수 지지만 받아도 성공이다.


그러다 보니 그의 도전을 무의미한 ‘객기’ 정도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민주당에도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의 도전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는 이재명 전 대표 중심의 1인 독주 체제가 정권 탈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단 생각에 출마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10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출마를 결심한 배경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재명 전 대표 추대 분위기 속에서 1인 독주 체제가 되면 민주당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정권교체도 어렵겠다는 우려가 컸다"라고 답했다.


그는 전날엔 출사표를 통해 “국민께서 지난 총선 때 오늘날의 어려운 시국을 앞장서서 타개하라고 민주당에 여소야대, 거대 제1당의 책임을 부여했다”라며 “그러나 민주당은 그 막중한 책임을 거슬러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제왕적 당 대표, 1인 정당화로 민주주의 파괴의 병을 키움으로써 국민의 염려와 실망 또한 커지고 있다”라고도 했다.


최고위원 후보 절대다수가 “이재명”을 연호하는 마당에 나 홀로 “이재명 독주 체제는 안 된다”라며 제왕적 당 대표에게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그의 목소리가 제왕적 당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는 민주당에 작은 균열을 낸다면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재명 전 대표는 재판 일정상 이르면 오는 9월이나 늦어도 11월 안에는 그의 정치적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그때 하늘처럼 떠받들기만 하던 존재가 사라진 민주당은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다. 김두관 전 의원의 이번 당 대표 도전은 그런 민주당에 미리 예방주사를 놓는 셈이다. 어쩌면 이재명이 사라진 민주당에 김두관이 대안으로 떠오를지도 모른다.


집권 여당이 이재명 이후의 민주당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정작 국민의힘은 7.23전대를 앞두고 내부 분열 양상을 보이니 걱정이 태산이다. 지금 한가하게 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이나 벌일 때인가. 제발 정신 좀 차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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