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야당의 김기현’?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12-14 10: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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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여당발(發) 당 대표 사퇴와 주류 의원 불출마 선언의 불똥이 엉뚱하게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겨붙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김기현 의원은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이 먼저 '인적 쇄신'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 혁신 의제를 뺏겨서는 안 된다며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친명계 인사들의 거취를 압박하고 나섰다.


특히 민주당 내 비주류 4인방은 14일 이재명 대표를 직접 겨냥하고 사퇴를 촉구했다.


당내 비주류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에게 간곡하게 호소한다.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압도적 심판을 위해 한발만 물러서 달라"며 "당 대표가 선당후사(先黨後私)하는 통합 비상대책위원회로 가야 한다"고 읍소했다.


이원욱 의원은 같은 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도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사퇴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586 정치인들에 대한 물갈이 요구가 국민에게 거세게 나올 것”이라며 “김 대표의 사퇴 발표 이후 거의 모든 언론이 ‘민주당은?’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혁신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인적 쇄신인데, 이미 국민의힘에게 선점을 당해 굉장히 안타깝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 의원들은 이런 소리를 아예 귀담아들으려조차 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 대표를 비롯한 친명 일색인 당 지도부는 대표 사퇴요구와 친명계의 험지 출마나 불출마를 압박하는 것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에서는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과 우상호 오영환 강민정 홍성국 이탄희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으나 친명계로 분류되는 인물은 단 한 명도 없다.


이런 것을 보면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는 마치 ‘너는 떠들어라, 나는 내 길을 간다’라는 의지를 침묵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날 '원칙과 상식' 의원들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직접 거론했다.


이들은 "당 대표의 무죄를 믿고 싶지만, 많은 국민은 의구심을 지니고 있다"라며 "민주당이 어떻게든 리더십 리스크를 해결해 반드시 총선에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 준엄한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김장연대’를 통해 당권을 거머쥔 철옹성 같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체제도 민심에 떠밀려 무너지고 말았다.


김 대표가 애초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조언을 받아들여 좀 더 일찍 결단했으면, 물러나더라도 얼마든지 모양새를 좋게 할 수 있었을 터인데,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따른 후폭풍에 떠밀려 물러나는 형국이 되고 말았으니 영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그것도 사퇴 직전에 탈당을 예고하고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는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나 하소연하듯 주절주절 속내를 털어 냈다는 사실까지 전해져 이제는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졌다.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어려운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된 셈이다.


설사 국회의원 한 번 정도는 더 할 수 있다고 해도 그 이상의 큰 정치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역시 당 안팎의 거센 사퇴요구를 외면했다가는 김기현 의원과 같은 처지로 내몰릴 수 있다.


특히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전날 SBS 방송에 출연해 내년 초 창당을 공식화했다.


이 전 대표는 ‘실제로 신당 창당을 하실 거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신당 목표 의석 질문에는 “욕심대로라면 제1당이 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낙연 신당 창당이 현실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이재명 대표가 물러나고 통합비대위를 구성하는 수밖에 없다. 결단의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이 시기를 놓치고 버티다가 여론에 밀려 물러나게 되면 박수는커녕 되레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 야당의 김기현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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