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이여 분노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4-10 10: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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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우리 당 일부 후보들의 부적절한 언행이나 과거 행태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있지만, 전체 판세를 흔들지는 못했다고 본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10 총선 당일인 10일, 민주당 김준혁 경기 수원정 후보의 막말,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의 편법 대출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말 그들의 터무니없는 행태가 선거 판세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까?


그렇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선 김준혁 후보의 과거 행적부터 살펴보자.


이화여대 졸업생 김다혜씨가 ‘이대생 미군 성 상납’ 발언으로 논란이 된 김준혁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며 전날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 당사 앞에서 삭발식을 했다. 김다혜씨는 김활란 총장 장학생 출신이다. 김준혁 후보는 과거 유튜브 방송에서 “(이화여대 초대 총장) 김활란이 미 군정 시기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 상납시켰다”고 발언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이화여대 총동창회는 지난 8일 오후 민주당 여의도 당사에 1만1533명의 동문이 서명한 김준혁 후보사퇴 촉구 이화인 서명서를 전달하고 당 대표의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 김준혁 후보가 책에서 퇴계 이황 선생에 대해 거친 표현을 한 것으로 알려지자 유림 인사들이 반발하며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유교문화선양회를 비롯한 안동 유림단체 대표는 전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는 있지도 않은 사실을 낯 뜨겁게 엮어 선현(先賢)을 욕보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라며 "이런 비뚤어진 사고로 국민의 선량(選良)이 되어 국정을 논하겠다고 국회의원 지위까지 탐내는 것은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어디 그뿐인가.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지난 8일 지난 2022년 출간한 책에서 유치원의 뿌리를 친일파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김준혁 후보를 향해 "당장 사죄하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규탄 성명서에서 "대한민국 유치원 교육의 선각자들과 평생을 유치원 교육에 몸 바쳐 희생해왔던 교육자들이 무덤에서 가슴을 치며 통곡할 일"이라며 "김준혁 후보는 팩트체크 없는 비뚤어진 역사관에 빗대어 한유총을 친일파라는 매국노 프레임을 씌워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국방포럼 등 예비역 단체들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며 후보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역사를 전공했다는 김 후보는 '다부동 전투는 사실상 패전', '육사는 나라를 팔아먹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성장하지 않았나' 등 역사를 왜곡하는 망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선거에 아무 영향이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여성, 유림, 유치원 교사, 안보단체의 유권자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으로 이를 묵과해선 안 된다.


양문석 후보는 어떤가.


주택 매입 용도로 10억 원이 넘는 사업자 대출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아파트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에서 대학생인 자녀 명의로 11억 원가량의 사업자 대출을 받아 ‘사기대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양 후보는 이와 관련해 편법 소지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새마을 금고의 제안으로 이뤄진 대출이라고 해명한 바 있으나 그것도 알고 보니 대출 브로커를 통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사람이 아예 대놓고 사기로 대출을 받았다면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도 “전체 판세를 흔들지는 못했다”라며 공천 취소 요구를 일축한 것이 민주당이다.


정말 민주당 지도부가 판단한 그대로 된다면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유권자의 자격이 없다.


선거로 민심을 외면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게 유권자의 역할이다.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소중한 한 표는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김준혁-양문석 후보는 물론 그의 공천을 취소하지 않고 유권자들을 무시한 민주당 지도부에 본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이여 분노하라. 그게 투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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