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분당’은 필연인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12-10 10: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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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화합’을 강조하면서 전략공천위원장에 정세균 계 안규백 의원을 임명했지만, ‘분당’ 가능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선출방식을 바꾸는 선거제 개편 논의가 민주당 분당의 뇌관이 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탈당 후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갈수록 희박해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안규백 의원을 전략공관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당의 화합을 위한 탕평인사라고 평가하지만, 비명계는 ‘꼼수 탕평책’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실제로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규백 의원은 이미 원칙과 상식, 김대중과 노무현의 길을 걸어온 정세균 전 총리님의 길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라며 "탕평책의 하나로 내놓은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 임명은 탕평이 아닌 정세균계에서 이재명계로 전환한 친명인사의 임명"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 전 대표는 9일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 축사를 통해 "불행하게도 작년 대선부터 시험문제가 '윤석열, 이재명 중 하나를 고르세요'였는데 지금도 그 시험문제가 그대로 있다"라면서 "이대로 내년 총선에 가면 3년째 시험문제가 똑같이 나와 국민이 '답이 없다'라고 할 것이지만 억지로 고르라고 할 것이다. 제3의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여야 모두 싫고 시험문제에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정답 없는 시험지에 또 다른 답 하나를 올려놓는 것을 함께 할 단계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아닌 제3의 정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에도 MBC 인터뷰에서 측근들에게 창당을 실무 검토하라고 지시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시간상으로 도움닫기가 필요한 단계"라고 답하는 등 연일 창당에 무게를 두는 듯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물론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위해 구체적인 행보를 시작한 정황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른바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상식’ 소속 의원들과 신당 문제를 논의한 것도 아니다.


더구나 이낙연 의원의 성향상 신당 창당을 결심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선출방식을 바꾸는 선거제 개편 논의가 민주당 분당의 또 다른 뇌관이 될 것이란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영향력을 강화하고 총선 경선에서 저성과 현역의원에 대한 페널티를 강화한 당헌 개정을 둘러싸고 고조된 비명계의 불만이 지도부의 선거제 개편 움직임을 항해 옮아가는 양상이다.


당 지도부에서는 20대 총선에서 적용된 병립형으로의 회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굳어져 가는 분위기지만 거대양당 체제라는 낡은 정치를 쇄신하는 의미가 담긴 해당 공약을 파기하면 보수 여당과의 차별성을 내세울 수 없을 뿐 아니라 중도층 민심까지 떠나는 결과를 초래해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간 '이재명 지도체제'에서 당내 주류뿐 아니라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거칠게 공격받아온 '원칙과 상식'이 연내 탈당을 포함한 거취 결단을 예고한 데다 이낙연 전 대표도 연일 신당 창달설을 흘리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병립형 회귀라는 새로운 문제까지 불거진 것이다.


이는 비명계뿐 아니라 김두관·이학영 의원 등 친명계 일부에서도 반대 여론이 나오고 있어 '반이재명' 전선 확대를 꾀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 분당은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홍익표 원내대표도 "모든 약속을 다 지켜야 하느냐"라며 ‘총선 승리’라는 실리를 추구하다가 ‘분당’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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