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와 ‘똠방 각하’의 완장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7-29 11: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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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요즘 국회를 보면 1990년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방송 드라마 미니시리즈 ‘똠방각하’가 생각난다.


윤흥길의 소설 '완장'에서 동네 건달인 임종술은 어느 날 동네 저수지 감시원으로 발탁돼 완장을 찬 후 완장 권력에 빠져 사람들을 괴롭히고 마을 사람들 위에 군림한다. '완장'은 똠방들의 권력 중독 현상을 꼬집는 작품이다.


당시 드라마에서 주어진 직책을 완장에 새겨 팔뚝에 차고 무능력하지만, 능력이 있는 것처럼 허세를 부리는 주인공의 권력 휘두르기는 포악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되먹지 못한 행실을 하는 사람을 보고 ‘똠방 각하’라고 부르는 건 그래서다.


사실 ‘똠방’이란 말은 전라도 지방에서 사용되는 일종의 사투리로 원래의 뜻은 ‘톰방거리고 쏘다닌다’에서 유래한 말로 실속 없이 덜렁거리고 다니거나 아무 데서나 나대고, 아는 체하는 사람의 행동거지를 일컫는 말이다.


이런 사람에게 ‘완장’이라도 채워주면 자기가 대단한 권력자라도 되는 양,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각하가 된다고 해서 ‘똥방 각하’라고 부르는 것이다.


무려 35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는데도 지금 그 드라마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아직도 똠방각하들이 완장을 차고 날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를 보면 더욱 그렇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혹시 누가 자기를 몰라주는 것 같다고 생각되거나 자신에게 반대라도 할라치면 왼쪽 팔뚝에 찬 완장을 ‘톡톡’ 치면서 자기가 누구라는 걸 과시하며 천방지축 입에 거품을 물며 날뛰었다.


그 모습이 흡사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이라는 완장을 차고 ‘툭’하면 퇴장하라거나 윽박지르며 거들먹거리는 정청래 의원을 닮았다는 생각이다.


드라마 주인공이 마을 주민들에게 ‘주민 밉상’으로 낙인찍혔듯, 정청래 의원도 국민에게 ‘국민 밉상’으로 낙인찍힌 것은 그런 연유다.


실제로 정청래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는 국회청원(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지난 22일 국회행 요건인 동의수 5만 명을 충족한 가운데, 또 다른 정청래 의원 제명 요구 국회청원이 29일 역시 5만 명이 동의해 국회로 가게 됐다.


한 정치인에 대해 같은(제명) 요구를 담은 국회청원 2건이 각각 5만 명이 넘는 동의 참여를 받아 ‘제명 청원 2관왕 달성’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셈이다.


국회청원은 30일 기간 내에 5만 명으로부터 동의를 얻은 법안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시키는 제도로 지난 18일 등록된 '정청래 의원의 막말, 군 모독, 품위 및 국격 훼손 등에 대한 국회의원 정청래 제명에 관한 청원'은 29일 오전에 이미 동의자 수 5만을 돌파했다. 불과 11일 만에 5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이 청원은 다음 달 17일에 마감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동의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그보다 앞서 같은 날 등록된 '법사위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정청래 법사위원장 해임 요청에 관한 청원'은 불과 나흘 만인 지난 22일 동의자 수 5만을 ‘훌쩍’ 넘겼고, 이날 오전에 이미 9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이 역시 다음 달 17일까지 동의를 더 받는다.


정청래 의원은 어쩌다 이처럼 ‘똠방 각하’로 낙인 찍힌 것일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까지 받는 최재영 목사가 벌인 거짓 선동 판에 맞장구치며 저열한 정치 공작을 부추기는가 하면, 거침없는 완장 질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탓이다.


그로 인해 국회의 품격은 땅에 떨어졌고, 국회의원의 위상은 크게 실추되고 말았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존경심은 사라지고 금배지를 향해 ‘똥방 각하’라며 손가락질하고 조롱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됐다.


민주당이 국민 청원 제도를 탄핵 공작 꼼수로 이용한 결과 국회 권위는 추락했고 정치는 희화화되고 말았다. 그중에서도 정청래 의원의 완장 질이 최악이었다.


그런데도 정청래 의원이나 민주당은 이에 대한 반성조차 없다. 오히려 ‘여자 정청래’라는 별명이 붙은 최민희 과방위원장까지 나타나 완장 질을 하고 있으니 가관이다.


이러다 ‘국회 무용론’이 나올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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