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無能’이냐 ‘不正’이냐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3-06 11: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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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코로나 19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일 “안타깝고 송구하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번에 실시한 임시 기표소 투표 방법은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라며 "모든 과정에 정당 추천 참관인의 참관을 보장해 절대부정의 소지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무능(無能)’한 것일 뿐, ‘부정(不正)’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선관위의 이런 해명을 그대로 믿어도 되는지 의문이다.


노정희 선거관리위원장에 대한 불신이 깊은 탓이다.


그가 이끄는 선관위는 대통령 선거 현수막과 캠페인 문구에 대한 이중잣대가 도마 위에 오르는 등 편향성 논란에 휩싸였고 공정과 중립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때 투표 독려 현수막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및 ‘위선‧무능’ 등 문구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유추할 수 있다면서 ‘사용 불가 결정’을 내린 선관위가 이번 대선 현수막·피켓에는 ‘신천지 비호세력’이나 ‘술과 주술에 빠진 대통령’ 등의 문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특히 이재명 후보의 ‘검사사칭’ 전과에 대한 거짓 소명 논란을 대하는 선관위 태도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이 후보가 선거 공보물에 검사사칭 전과와 관련해 허위로 소명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파문이 일었지만, 선관위는 이 후보의 범죄사실 소명과 관련 "기재된 내용은 후보자 본인의 전과기록에 기재된 죄명·형량·확정일자의 객관적 내용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 범죄사실이 있게 된 배경·경위 및 행위에 대한 설명에 해당한다"며 "후보자의 경력 등이나 후보자 정보공개자료에 관한 객관적인 사실을 게재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이의제기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이 후보를 두둔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선거 공보물에 자신의 전과 중 '검사사칭' 사건과 관련, 소명서 형식으로 "시민운동가로서 공익을 위해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 진상규명과 고발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특혜분양사건 대책위 집행위원장이던 후보자를 방송PD가 인터뷰하던 중 담당 검사 이름과 사건 중요사항을 물어 알려주었는데 법정다툼 끝에 결국 검사사칭을 도운 것으로 판결됐다"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검사사칭'과 관련해 또 다른 당사자인 최철호 KBS PD가 이 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최 PD는 이 후보가 자신의 실명을 거론하며 검사사칭 취재를 도왔다는 누명을 씌웠다고 주장하는 등 명백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모욕감과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최 PD는 이 후보자의 책자형 선거공보 소명서 내용은 이의제기 대상이 아니며 허위사실 게재로 볼 수 없다고 한 선관위 판단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최 PD는 "선관위가 언급한 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경력·학위·상벌에 해당한다"라며 "형법에 따라 형벌을 받은 것은 '상벌'에 해당하는 것이 상식인데 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 PD는 "현재 노정희 선관위원장은 2017년 이재명 허위사실유포사건의 재판에서 주심을 맡았는데,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유죄 보고서를 올렸음에도 대장동 사건에 연루된 권순일 대법관과 함께 무죄 의견을 주도적으로 낸 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전투표 둘째 날인 지난 5일 오후 5시부터 진행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 사전투표 과정에서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확진자용 임시 기표소에 별도의 투표함이 없이 참관인이 기표 용지를 대리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을 놓고 항의가 빗발쳤다.


여러 기표소에서 보조원이 참관인 없이 투표용지를 건네고 기표된 표를 들고 다니는 등 주먹구구식의 투표를 진행한 것이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대리 수거 논란으로 일부 투표자가 투표를 거부하고 귀가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투표소마다 대리 수거에 이용된 도구마저 달랐다. 종이쇼핑백을 이용한 곳부터 골판지 상자를 사용한 곳, 플라스틱 바구니 등 준비 부족으로 인한 혼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에 부정선거 우려가 있다는 유권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권자들의 이런 수준 높은 의식이 없었다면 무능을 가장한 부정선거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선거가 끝나면 선관위에 대해선 그게 ‘무능’인지, ‘부정’인지 면밀하게 파악하고 그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선관위가 "드러난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면밀하게 검토해 선거일에는 국민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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