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기어이 ‘탄핵’ 추진하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5-13 11: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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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야당은 ‘툭’하면 “탄핵”을 거론해 왔다. 하지만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국회의원들이 마음대로 내쫓으려 한다는 반대 여론에 부딪혀 감히 실행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었다.


지난 2023년 8월 23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기사를 공유하고 “탄핵 사유”라며 “민주당 168석으로 탄핵 발의합시다! 민주당 단독으로 가능합니다. 이제는 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으나 당내 반응은 시큰둥했다. 결국, 탄핵은 발의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민심의 역풍을 우려한 까닭이다.


그런데 총선 이후 야당의 태도가 달라졌다.


22대 총선에서 압승하자 야당은 아예 대놓고 “탄핵”이라는 단어를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는 생각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안하무인(眼下無人)이다.


실제로 조국혁신당은 13일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특검법 거부권 행사는 탄핵 사유가 된다"라며 법리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당선인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특검법 거부권 행사 자체가 대통령의 헌법적 권리를 본인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대한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채상병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면 그 자체로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 중대한 법률위반이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과 공동으로 행동하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구체적으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한 바 없다"라며 "더 논의해 봐야 한다"라고 답했다.


앞서 조국 대표도 지난 10일 "김계환 사령관이 박정훈 대령에게 말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그냥 화를 왜 냈겠냐. 그 말 내용이 이 수사에 대한 불법적 개입과 지시 여부가 확인되면 그건 바로 탄핵 사유"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면 제1야당인 민주당의 생각은 어떨까?


이미 작년에 한 번 ‘탄핵 발의’를 주장했던 적이 있는 김용민 민주당 원내 정책 수석부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위헌적인 발상이기에 거부권을 함부로 행사한다면 그것 자체로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전날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해병대원 특검법안 수용을 요구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됐을 때보다 지금이 더 심각하다”라며 “실정이 계속된다면 국민은 대통령에게 준 권한을 어떻게 할 건지 고민할 것이고, 국민이 명령하면 정치권은 거기에 따를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과 법률을 위배’ 했을 때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는데도 ‘국민이 명령하면’이라고 말한 것은 총선 승리를 국민의 명령으로 포장해 탄핵을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상태에서 압도적 의석을 점유한 야당이 탄핵하려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수도 있다. 박근혜 정권 당시에는 여당 의석이 지금보다 많았음에도 소위 말하는 ‘배신자’들 때문에 탄핵당했고, 그로 인해 보수 진영은 궤멸당하다시피 했다. 윤석열 정권에서 그런 배신자들이 나타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탄핵은 국민의 선출권을 국회의원들이 제약한다는 점에서 역풍이 간단치 않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노무현 정권 당시 탄핵을 강행한 야당은 그 후폭풍으로 폭망했다. 당시 탄핵 주역들은 공천조차 받지 못했다.


박근혜 정권을 탄핵한 야당은 문재인 정권을 세웠으나 6공화국에서 단 5년 만에 정권을 내어준 최초의 대통령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만일 이번에도 총선 승리에 도취해 탄핵을 강행하면 그 대가는 가혹할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지도 않다. 보수 진영에서 배신자의 말로가 얼마나 비참한지 지켜보지 않았는가. 따라서 이탈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설사 일부 배신자들의 등장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됐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탄핵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이를 기각할 것이 불 보듯 빤하다. 그러면 후폭풍이 야당을 강타할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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