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생수 정치’를 응원한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6-30 1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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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참모들이나 주변에선 강성, 사이다 발언을 해야 한다고 누차 조언한다. 그래서 저도 흔들리지만 아직은 버티고 있다. ‘톡’ 쏘는 사이다보다, 밋밋해도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생수 같은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미 국민은 이재명식 사이다 발언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 자신의 범죄혐의를 덮기 위해 쏟아내는 강경 발언들로 국론은 둘로 쪼개 진지 오래다. 이런 갈등을 누군가를 싸매고 치료해야 할 것 아니겠는가.


그 적임자가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호감도 1위에 오르는 등 모든 면에서 가장 강력한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이지만, 그 무게에 비해 언론의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여야 모두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당 대표나 최고위원 후보들에게 시선이 쏠리는 탓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러면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가.


오세훈 시장이 원인을 정확하게 짚었다.


오 시장은 이날 민선 8기 2주년을 앞두고 "한국 정치의 대세는 '파이터'다. 파이터가 다른 파이터를 때리고, 그 과정에서 팬덤이 생겨나고, 팬덤이 파이터를 다시 극단으로 몰아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자질 부족, 비전 부실조차 한국 정치에선 이제 흠이 아니며 '싸움의 기술'이 유일한 덕목"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 날치기는 큰 잘못으로 여겨졌고, 거짓말이 들통나면 당사자도 부끄러워하며 사과하고 책임지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이제는 유죄 판결을 받고도 태연히 선거에 나오고, 거짓이 탄로 나도 더욱 고개를 꼿꼿이 세우며, 정당을 일극 체제로 바꾸고도 무엇이 잘못이냐고 되묻는다. 이런 몰상식에 팬덤이 열광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론의 장은 날카로운 언어로 가득 찼고, 편 가르기 언어는 너무나 보편화 돼 상식처럼 느껴질 정도"라며 "유권자는 선거에서 내가 싫어하는 정치인을 가장 아프게 때려줄 정치인을 찾는다"라고 적기도 했다.


이처럼 오 시장은 어떻게 하면 진영의 인기를 얻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상대 진영의 파이터를 때리면 ‘팬덤’이 생기고 그로 인해 자신의 지지율을 순식간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진영 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질 것이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게 될 것이다.


오 시장이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고 인구는 줄고 경제 활력은 떨어지고 고급인재와 부유층은 조국을 떠나고 있다. 경제도 정치도 모두 얼어붙은 절망의 겨울이 도래한 듯하다"라고 우려한 것은 이런 연유다.


오 시장이 비록 당장은 언론의 주목을 덜 받고, 사이다와 같은 일시적 청량감은 주지 못하더라도 “정치적 이미지보다는 시민 일상의 행복에 도움 되는 일에 매진하며 더 '낮은 곳'으로 임하려 한다”라고 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


필자는 오 시장에게 줄곧 ‘사이다 발언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조언해 왔다.


한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되려면 ‘파이터’가 되어선 안 된다. 팬덤의 지지만으로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 파이터가 되면, 팬덤의 지지를 받으면 당장 지지율을 높일 수는 있지만, 비호감도가 높아져 국민 통합을 이루기 어려운 탓이다.


참모들도 그에게 파이터가 되기를 주문해선 안 된다. 그런 파이터는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그런데 과연 그들이 범국민적 신망을 얻고 있는가.


아니다. 그럴수록 비호감도만 높아질 뿐이다.


그걸 알기에 오 시장은 글을 마무리하면서 “북풍한설의 겨울을 버텨내고 얼음을 뚫고 피어나는 노오란 얼음새꽃이 있다.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꽃이어서 소설과 박완서 선생은 얼음새꽃을 '따뜻한 위로'라고 했다. 임기 반환점을 돌아 3년 차를 막 시작하는 지금 얼음새꽃 같은 정치를 하겠노라 마음을 다진다. 저는 저의 길을 가겠다. 대세와 싸우는 파이터가 되겠다”라고 적었다.


이런 정치 지도자가 보수진영에 남아있다는 건 행운이다. 아직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국민 통합을 원한다면 오 시장이 흔들림 없이 이런 마음가짐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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