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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캠코더(문재인 대통령 선거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들을 공공기관 요직에 앉히는 몰염치한 ‘알박기’ 인사를 계속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 정보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기관장 등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기관은 지난해 기준 350곳이다. 한국전력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철도공사 등 공기업이 36곳, 국민연금공단·국민건강보험공단·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준정부 기관이 96곳, 기타 공공기관이 218곳이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당장 공공기관장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후반기에도 공공기관 기관장과 감사·이사 등에 대한 임명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며 ‘캠코더 알박기’를 해버린 탓이다.
이에 따라 전체 공공기관 350곳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234곳(66.8%)의 기관장 임기가 1년 이상이나 남아있고, 2년 이상 남아있는 곳도 무려 151곳(43.1%)에 달한다.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르면, 공공기관 기관장의 임기는 3년으로, 문재인 정부가 전체 공공기관장의 3분의 2 이상을 임기 마지막 2년 새에 집중적으로 임명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임기 도중 사직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직을 종용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공공기관장들에게 사직을 강요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윤석열 당선인이 올해 임명할 수 있는 공공기관장 자리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등 4곳에 불과하다.
실제 지난 10일 한국가스안전공사 상임감사에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임명됐고, 지난달에는 김제남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으로, 윤형중 전 국정원 1차장이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정기환 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은 한국마사회 회장으로 갔다. 한국남부발전은 지난달 말 김해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김명수 씨를 상임감사에 앉혔다.
최근에는 또 윤도한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한국IPTV협회장에, 시민단체(녹색연합) 출신으로 대표적인 탈원전 인사인 김제남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앉혔다. 윤 전 수석은 업무 연관성에도 불구하고 ‘3년 취업제한’ 예외가 인정됐고, 특히 김 전 수석은 새정부의 원전 활성화와 정면충돌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물론 이들은 대부분 해당 기관의 업무 전문성이 없는 캠코더 인사들이다.
기업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공공기관 기관장 및 감사 432명 중 131명(30.3%)이 캠코더 인사였다.
당연히 윤석열 당선인의 국정 운영 방향과 맞지 않는 인사들로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공공기관장’들과의 불협화음을 감수하면서 국정을 운영해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임기 내에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임기 말 캠코더 인사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멈출 생각조차 없어 보이니 난감하다. 아직은 인사권이 우리에게 있으니 우리 마음대로 하겠다는 식 아닌가.
물론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임기 말 정권이 인사를 동결하는 건 하나의 관행으로 이어져 왔다. 차기 정권의 국정 철학과 비전에 동조하는 인사들로 새 진용을 짤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이다.
문 대통령 그동안 수시로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악습 근절을 강조했다.
특히 지난 14일에는 "차기 정부가 국정 공백 없이 안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협력해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그 협력에는 당연히 인사권도 들어가는 것이다. 자신의 발언에 대해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몰염치한 ‘캠코더 알박기 인사’는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성이나 새 정부 국정 방향과 거리가 먼 기관장으로 인해 공공기관의 업무 처리 효율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고 그게 공공기관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결과적으로 정권을 넘기는 정부가 노골적으로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에 ‘발목 잡기’를 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식의 인사는 옳지 않다. 일방적 캠코더 알박기 인사를 당장 중단하고 윤석열 당선인과 협의하는 관행을 따르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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