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 왜 악법인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12-25 11: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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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8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쌍특검법'(대장동 50억-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을 강행 처리키로 했다.


올해 3월 발의된 이른바 '쌍특검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보유한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민주당과 정의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우기로 합의했고, 4월 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에 지정됐다. 이들 법안은 180일 패스트트랙 심사 기간이 지나면서 지난 10월 24일 본회의에 부의됐으며, 본회의 부의로부터 60일이 지난 시점까지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 이후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만큼 28일 본회의에서 표결해 의결할 수 있다.


문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이를 “악법”으로 규정했다.


한동훈 전 장관은 왜 이를 악법으로 규정했을까?


당장 정치적 중립성부터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야당이 발의한 법안대로라면 추천한 특별검사 2명 중 한 명을 무조건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 이 법안대로라면 야당이 만일 최강욱이나 김용민 같은 사람을 추천하더라도 대통령은 그들 중 한 사람을 특검으로 임명해야만 한다. 그들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민주당 공천을 바라는 변호사가 이재명 대표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특검 후보로 추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무조건 야당이 추천한 인사를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건 누가 봐도 비정상이다.


악법도 이런 악법이 세상에 또 어디에 있겠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도 “국회가 입법으로 수사 대상을 명시하고 특검 임명을 강제하는 건 행정부에 속한 수사권의 발동을 국회가 행사하는 것이어서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될 경우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도 야당은 2018년 드루킹 특검 때에도 야당이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항변한다.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다. 그때는 대한변협이 먼저 4명을 추천하는 중립 장치가 있었다. 더구나 그때는 다당제체제였다. 야당도 지금처럼 민주당과 ‘민주당 2중대’로 낙인 찍힌 정의당 등 어느 한쪽으로 치운 친 게 아니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보수와 진보가 어우러져 있었다. 따라서 야당이 추천권을 행사했다는 민주당과 정의당의 주장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특히 한동훈 전 장관은 특검법에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는 독소조항까지 들어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특검법은 “특별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명을 받은 특별검사보는 수사 대상 사건에 대하여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하여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과정에 관한 언론 브리핑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이는 사실상 ‘마녀사냥’을 하겠다는 것으로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이다.


특검을 하더라도 그 결과 기소되고 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이재명 대표도 현재 여러 범죄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아직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며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버티고 있지 않은가.


만일 이재명 대표의 재판과정을 생중계하자면 민주당은 이를 수용할 것인가.


당장 ‘망신주기’라며 반발할 것 아니겠는가. 그런 차원에서 김건희 특검법은 옳지 않다.


더구나 이 사건은 이미 문재인 정부 당시 철저한 검찰 수사가 이뤄졌고, 그런데도 검찰은 혐의를 찾지 못해 기소조차 하지 못했던 사건이다.


그런데 이를 다시 특검하자는 것은 다분히 종선을 앞둔 정략적 특검이라는 점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굳이 김건희 특검법을 하겠다면,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사치스러운 의상비나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의 법카문제도 동시에 특검을 하자. 그게 공정하지 않겠는가.


민주당의 노림수는 빤하다.


압도적 다수 의석의 힘으로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켜 한동훈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면 윤 대통령과 한동훈을 공격할 꽃놀이패를 쥐게 될 것이고, 그러면 '한동훈=윤 아바타' '한동훈=김건희 방탄' 공세를 가하면서 기선을 제압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은 위헌적 소지가 있고 절차상 하자가 있는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3권분립의 정신에 기초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당연한 임무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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