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친윤의 ‘한동훈 불가론’ 한심하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6-17 1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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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는데도 정작 당내 주류 세력인 친윤의 움직임은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당권 도전이 현실화하면서 노골적인 ‘반한’ 감정만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이게 과연 집권당 주류의 모습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실제로 17일 현재까지 전당대회에 나설 친윤 후보는 눈에 띄지 않는다.


당내에서는 한동훈 전 위원장과 함께 지난해 친윤의 압박에 당 대표 출마를 접었던 나경원(5선) 의원, 출마했으나 패배한 비윤 중진의 윤상현(5선)·안철수(4선) 의원, 막판 변수로 떠오른 초선의 김재섭 의원, 그리고 원외에서는 ‘반윤’으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의원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여의도 정가에선 친윤이 한동훈 대항마로 비윤 주자를 지원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친윤 오더’가 더 이상의 매력적인 선거 전략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나 의원은 총선 직후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과의 ‘나·이 연대설’에 불쾌감을 표한 바 있으며, 최근 ‘친윤의 김재섭 지원설’이 나오자 김 의원은 “내 정치적 소임은 친윤이라는 이름으로 당을 망쳐 놓은 사람들을 개혁하는 것”이라며 “친윤의 지원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게 현재 친윤이 처한 상황이다.


이제 여당에서 ‘친윤’은 개혁의 대상일 뿐이다.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 역시 민심을 바로 읽지 못한 윤석열 대통령과 그런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엄호한 친윤에게 있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나 홀로 선거를 이끈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지만, 친윤에 비하면 그 책임은 극히 미미하다.


그런데도 친윤은 한동훈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 가능성이 커지자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한동훈 불가론’을 외치는 모양새다.


특히 친윤 핵심 인사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이라 정치권 내 표현에 대해 “당원들을 모욕하는 말”이라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몰아가는 하나의 프레임이라 생각한다”라며 “선거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라고도 했다.


심지어 한동훈 전 위원장에 대해선 “우리와 함께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한 전 위원장의 주변을 에워싸고 영향을 미친다”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친윤 김기현 전 대표도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실패한 리더십이 아니라 민생을 살릴 새롭고 참신한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 한심하다. 그러면 지금 국민의힘에 한동훈 이외에 다른 대안이 있는가.


국민의힘 지지층은 여전히 한동훈 전 위원장을 당 대표로 선호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17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한동훈 전 위원장(27%)과 유승민 전 의원(29%)이 오차범위 내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59%가 한 전 위원장을 당 대표로 선택했다. 반면 유 전 의원지지 응답은 6%에 불과했다. 특히 유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46%)·조국혁신당(52%)·개혁신당(65%) 등 야당 지지층에서 선호했다. 친윤이 한동훈을 무너뜨리려다 야당의 역선택을 받는 유승민이 당 대표가 되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며 응답률은 10.4%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동훈 대세론을 받아들이고, 조용히 뒤에서 그를 지원하고 당을 살리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 우선 당을 살려야 총선 참패의 아픔을 딛고 다음 지방선거를 기약하고, 나아가 재집권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특히 한동훈 전 위원장이 이번에 등판한다면, 그건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따라 사실상 차기 대권 출마를 포기하겠다는 자기희생이자 총선 참패를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박수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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