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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현재 거론되고 있는 당 대표 후보들을 거론하며 "(당원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름에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빠졌다.
그들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아니고, 언론이 그들을 당권 주자로 거론하지 않는 상황도 아니다. 그런데도 그들의 이름을 ‘쏙’ 빼고 다른 사람들을 일일이 나열하며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확신이 있는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게 당원들의 고민”이라며 “다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아무래도 어떤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란 의구심이 든다.
실제로 주 원내대표는 3일 대구 수성대학교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황교안, 김기현, 윤상현, 조경태, 권성동, 나경원, 권영세 의원 등이 당 대표 출마를 했거나 출마가 예상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그는 “수도권 승리를 위해 친윤, 비윤을 따져선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에둘러 표현하기는 했지만, 친윤 후보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총선에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라고 단언한 셈이다. 그러면서 “친윤, 비윤을 따져선 안 된다”라고 한 것을 보면 그는 사실상 ‘비윤’ 후보인 유승민과 안철수에게 힘을 실어 준 셈이다. 특히 바른정당 원내대표로 바른미래당을 함께 준비하는 등 유승민과 보조를 맞춰왔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유승민에게 힘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가관인 것은 자신의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 “전당대회가 내년 4월 이후에 치러지게 되면 물리적으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은 될 수 있다. 나갈지 안 나갈지는 그때 가서 판단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냥 ‘대구 터줏대감’일 뿐이다. 여당의 전통 텃밭인 그곳에서 손쉽게 금배지를 달았던 인물로 본인이 말한 ‘수도권 승리’를 위한 당 대표 조건에도 안 맞는 인물이다.
반면 윤상현과 권영세는 수도권에서 치열하게 싸워 금배지를 달았다는 점에서 ‘수도권 승리’라는 조건이라면 외려 주호영 원내대표보다는 월등히 우위에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자신은 되고 그들은 안 된다는 논리는 가당치도 않다.
결국, 주호영 원내대표는 ‘친윤’ 후보는 안 된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주 전반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미세하게나마 반등세로 가는 방향성을 보인 것이다.
7개 여론조사 결과 모두 뚜렷한 반등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 화물연대나 철도노조와 같은 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 기조가 지지율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특히 갤럽조사에선 긍정평가 이유로 '노조 대응'이란 요인이 처음 등장했는데, 8%로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게다가 12%로 집계된 '공정·정의·원칙'이란 것도 정부의 이번 강경 대응 기조와 맞닿은 것으로 풀이된다. 우파 진영의 유권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계 인사가 당권을 잡으면 우파가 다시 분열될 수도 있다.
특히 박근혜 지지층이 등을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총선에서 궤멸할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시계가 빠르게 돌기 시작해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권 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4인방, 당 지도부와 연쇄 만찬 회동 이후 당이 급격히 전당대회 모드로 전환하는 양상이다.
특히 쟁점이던 일정, 룰 변경 문제도 서서히 윤곽이 잡혀가는 분위기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지도부 내부에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되는 대로 전당대회 개최 준비를 시작해 임기(3월 12일) 내에 차기 당 대표 선출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로드맵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개최 시기가 '2월 말·3월 초'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당원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 변경과 관련,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을 통해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9대 1' '8대 2' '7대 3'(현행) 등 3가지 선택지로 나눠 선호도를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들이 자신의 목소리가 '덜' 반영되길 원한다고 답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9대 1'로 변경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그 당원들에게 ‘친윤’이냐 유승민이냐 묻는다면 결과는 빤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의 당권 주자 발언은 본전도 찾지 못하는 ‘뻘짓’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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