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원 힘 빼기’ vs 野 ‘당원권 강화’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5-26 11: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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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22대 총선이 ‘여당 참패, 야당 압승’으로 끝나자 여당은 마치 당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듯이 ‘당원 힘 빼기’에 나선 모양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준 당원들에게 감사하다며 당원권을 대폭 강화하려는 상반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은 패배하는 이유가 있고, 승리하는 정당은 승리하는 이유가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당의 주인인 당원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를 보면, 그 당이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당원을 우대하는 정당은 비록 당 대표에게 문제가 있더라도 승리할 수 있지만, 당원을 무시하는 정당은 아무리 당 대표가 유능하더라도 패배할 수 밖에 없다.


이건 상식의 문제다.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주인이 직접 관리하지 않고, 관리인에게만 맡겨 놓으면 그 집은 머지않아 하자투성이 집으로 전락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먼저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부터 살펴보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심’이 아닌 ‘당심’을 최대한 반영하는 현행 룰이 유권자로부터 외면받게 된 한 원인이 되어 총선에서 패배했다며 이를 인정하고 전대룰을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당원투표 100%로 대표를 선출하는 현행 규정을 개정해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일정 비율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주혜·김용태 비대위원이 당 대표 선출 시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가운데 지도부도 이런 방향에 좀 더 무게를 싣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원투표 50%·일반국민 여론조사 50% 비율로 경선 룰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 국민의힘은 의원, 당선인, 당협위원장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토론을 통해 전대 룰 개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민에게 개정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도 병행하자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에 당원들의 마음은 부글부글 끓다 못해 폭발 직전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꼬박꼬박 당비를 내며 당을 지켜온 당원들이 무슨 잘못인가. 솔직히 당원들 때문에 총선에서 참패한 것은 아니다. 그대들의 무능 탓 아닌가.


반면 민주당은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준 당원들에게 감사하며 그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26일 “중앙당 조직에 당원주권국을 신설해 당원권 강화를 위한 전반적인 조항을 손질하는 당헌.당규 개정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심지어 전당대회 명칭을 전국대의원대회가 아닌 전국당원대회로 고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일단 민주당은 시도당 위원장 선거제도 개편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현재 시도당 위원장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비중은 50대 50인데, 권리당원 표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당의 국회의장 후보는 물론 원내대표 선출 때도 당원들의 비중을 일정 정도 반영하는 방안까지 검토한다고 한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원내대표·국회의장 선거를 두고 “의원들의 100% 고유 영역으로 있던 부분을 최소 10% 정도는 당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어떠냐”고 처음으로 제안했다.


심지어 양문석 경기 안산갑 당선인은 “일반 시민 50%, 권리당원 50% 참여로 뽑힌 국회의원 후보가 총선을 통과했다”며 “원내대표를 뽑을 때도, 우리 당의 국회의장 후보를 뽑을 때도 똑같이 국회의원 50%, 당원 50% 비율을 적용하면 되지 않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옳은 방향은 아니다. 당 대표나 시도당위원장은 당직이지만,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직은 당직을 넘어선 입법부 직책으로 거기에까지 당원들의 입김이 작용해선 안 되는 까닭이다.


어쨌거나 당의 주인인 당원 주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민주당의 선택은 옳다. 여당도 이런 점은 본받을 필요가 있다. 당원들에게 조금이라도 감사한 마음이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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