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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 묻는다.
그 당의 주인은 민주당원인가, 아니면 이재명 대표인가.
말로는 당원권을 강화한다면서도 정작 당헌·당규 개정 방향은 '이재명 대표 맞춤형'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한마디로 이재명 대표 사당화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판 유신법’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은 대선 1년 전에는 대표직을 내놔야 하는 규정에 예외 조항을 넣고 부정부패로 기소되면 직무가 정지되는 규정도 삭제하는 내용으로 이 대표 대선 가도의 걸림돌을 치우는 모양새다.
민주당 당헌 제25조 2항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하고자 할 경우 '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 그런데 개정안에서는 전국 단위 선거일정 등 상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당무위 의결로 사퇴시한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당무위원장은 당 대표가 맡는다.
이건 누가 봐도 연임설이 흘러나오는 이재명 대표를 위한 당헌 개정이다. 현행 당규를 유지하면 이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대선 출마를 위해선 2026년 3월까지 사퇴해야 한다. 같은 해 6월에 지방선거가 있어 공천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개정안을 적용하면 전국 단위 선거인 지방선거가 있어 사퇴시한을 당무위가 임의로 변경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지방선거를 이끌고 당 대선 후보자 경선 직전 사퇴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그렇게 되면 민주적 정당 운영을 위해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다는 명목으로 규정됐던 당헌이 20여 년 만에 무력화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해 민주적 정당 운영을 포기하고 사당화로 가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디 그뿐인가.
당헌 제80조의 부정부패 연루자를 직무 정지하는 구절을 삭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고 한다. 이 역시 대장동 사건 등으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표를 위한 것임이 명백하다.
이재명 대표가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거나 설사 구속되더라도 대법원 확전 판결 이전까지는 직무가 정지되지 않고 공천권 등 당 대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추진 중인 개정안은 금주 내에 최고위 보고까지 마치고 다음 주 당무위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의견이 철저하게 배제됐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친명계 핵심의원이 이재명 대표 면전에서 "이런 식으론 안 된다"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겠는가.
실제로 지난달 30일, 국회 개원 첫날 열린 비공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한 설명이 진행되는 한 친명 핵심의원은 "당원 중심 정당이라고 하면서 위에서 정해놓고 하달하듯 하면 안 된다"라며 개정안 발표를 중단시켰다.
그는 "개별 의원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봐야지, 이렇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에도 "정의롭지 못한 방식의 당헌 개정 방향"이라며 "공개적으로 다시 한번 말할 것"이라고 했다.
맞다. 현재 민주당에서 진행되는 모든 움직임은 오직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권 강화 역시 당원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이재명 대표의 당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설사 그렇더라도 정말 당원 주권을 위한 것이라면, 형식적으로라도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옳다.
그런 형식마저 배제한다면 그건 당원권 강화가 아니라 이재명 사당화다. 당원권 강화와 이재명 사당화는 배치되는 개념으로 양립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뜻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라면 이재명 대표와 정면충돌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맞붙어 바로 잡아야 한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민주 정당이 특정인의 사당으로 전락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의원들이 나타날지 의문이다.
다시 묻는다. 민주당의 주인은 누구인가. 당원인가 이재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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