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비명→친문→친명까지 숙청?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1-23 11: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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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에서 비명계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 작업이 이뤄졌다.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해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 등 소신파 3인방의 탈당은 사실상 이재명 대표의 밀어내기가 성공을 거둔 것이란 평가 나온다.


아직 윤영찬 의원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도 머지않아 그 자리에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이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 지 하루 만에 "이재명의 심장을 뺏길 수 없다"라며 그의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애초 친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성남 중원 출마를 준비하다가 성희롱 논란이 불거지자 포기했고, 이에 소신파 3인방과 함께 탈당을 준비하던 윤영찬 의원이 당 잔류를 선택했지만, 민주당에 그가 설 자리는 없는 것 같다.


이들 이외에도 비명계 숙청 작업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의겸 의원은 비명계 신영대 의원의 지역구인 전북 군산에, 양이원영 의원은 비명계 양기대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을 출마지역으로 택했다. 정봉주 전 의원도 최근 비명계 박용진 의원의 지역구 서울 강북을 출마를 공식화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사실상 비명 숙청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이른 셈이다.


그러면 그걸로 민주당 숙청 작업은 끝나는 것인가.


아니다. 비명계 다음은 친문계가 숙청대상이다.


이미 그 작업은 시작됐다.


임종석·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타깃으로 한 '실명 저격’이 그 시발점이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지목되는 윤용조 전 당 대표실 부국장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지난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이셨던 임종석·노영민 두 분이 출마하면 국민이 검사독재정권을 심판하는 선거가 아니라 전 정부와 현 정부의 대결처럼 볼 수 있다"라며 "물러나는 것이 맞다"라고 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강성 친명계 조직들도 연일 '친문 몰이'에 가세하고 있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최근 "22대 총선은 검사독재정권을 국민이 제압하고 무너진 국격을 국민이 바로 세우고, 무능한 정권을 국민이 심판하는 선거"라면서 "이 구도를 해칠 수 있는 전 정부 인사들의 출마는 총선의 구도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장관급 이상을 역임했던 중진급 인사들의 재출마를 당내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보다 앞서 다른 친명 원외조직 민주당혁신행동도 논평에서 친문 인사를 겨냥, 공천 과정에서 당이 엄정한 잣대를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로 이들은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윤건영 의원이 국회의원실에 '허위 인턴'을 등록한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을 구형받은 사실을 문제 삼아 공천 배제를 주장했다.


비명계 숙청 작업 당시 강 건너 불구경하듯 침묵했던 친문계가 이번에는 자신들이 숙청대상 명단에 오른 것이다.


그러면 비명계와 친문계의 숙청 작업으로 민주당의 숙청 작업은 마무리되는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 비명계와 친문계 숙청 작업을 즐기듯 지켜보는 친명계도 성남파가 아니면 모두 숙청대상이다.


이미 그 작업도 시작됐다.


친명계 원외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을 향해 4월 총선 불출마를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실제로 더민주혁신회의는 22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 당 지도부가 먼저 나서달라"며 "당 사무총장이 선당후사의 물꼬를 먼저 터주시길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 지도부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현은 정중하지만 사실상 숙청 작업이 시작된 셈이다. 더민주혁신회의는 이재명의 측근 그룹으로 ‘찐명’인 성남파이고 조정식 의원은 이해찬 전 대표계로 ‘친명’인 ‘해찬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조정식 의원을 비롯한 해찬파들 모두가 전전긍긍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독일 나치당의 숙청 방식을 이재명 대표가 답습하는 이유는 하나다. 온갖 범죄혐의로 재판을 받는 자신의 ‘방탄’을 위해 정통 민주당을 말살하고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참 기괴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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