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극화 민주당에 무르익는 ‘또대명’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5-12 11: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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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연임론’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정청래 수석 최고위원도 12일 이재명 대표 연임을 강력히 주장하면서 '연임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정 최고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정가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이재명 대표 연임 문제와 관련해 "나는 연임에 대찬성한다"라고 밝혔다.


정 최고는 이 대표가 연임해야 한다는 이유에 대해 △ 지난 2년간 야당탄압, 정적 죽이기에 맞서 싸우기에 바빠 당 대표로서 그의 능력을 100%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야 한다 △ 22대 총선 압승의 주역 △ 당 대표 연임이 정권교체의 지름길이라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말도 못 꺼내게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제가 당 대표 연임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으며 이재명 대표를 설득하고 권유하는데 총대를 멜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의 이 같은 글은 전날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에서 미미하게나마 이 대표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찬성 의견보다 높게 나온 것에 대한 정면 도전인 셈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8~9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자동응답(ARS) 조사(표본오차는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결과, '이재명 대표 연임'에 찬성 44%-반대 45%로 팽팽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1%로 나타났다.


물론 민주당 지지층에선 '연임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83%, '연임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12%로 찬성 여론이 무려 71%p나 많았다.


그러나, 민심의 바로미터인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에선 연임에 반대하는 응답이 47%로 과반에 가까웠다. 반면 연임에 찬성하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그러나 이런 민심이 민주당에선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선거전까지만 해도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에 맞서 당 대표에 도전했다가 공천조차 받지 못한 박용진 의원도 전당대회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공천 과정에서 대거 탈락한 비명계는 친명계가 원내를 장악한 상황에서 세력화에 나설 공간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실제로 강성 친명계로 구성된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단과 추미애·조정식·정성호·우원식 등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들까지 앞다퉈 명심(明心) 강조에 나서면서 비명계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사실상 이재명 대표가 만들고 있다.


이 대표는 연일 연임론을 외치는 친명계의 의견에 직접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입장은 고수하고 있다. 연임론이 힘을 얻으면 못 이기는 척 ‘슬쩍’ 올라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재명 대표가 연임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필자는 최근 “연임에 나설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라고 답한 바 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 대표는 손톱만큼의 변수도 남겨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친명계 인사를 당 대표로 세우면 되지 굳이 본인이 나설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새로운 당 대표가 되면 그가 누구든 독자적인 권력이 생긴다. 그걸 이 대표가 용인하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재명 대표가 대선 패배 이후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비판에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이나, 그리고 곧바로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거머쥔 것을 보면 그가 또 다시 당권을 거머쥐려 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그의 이런 속내를 알기에 정청래 최고위원이나 박찬대 원내대표 같은 사람들이 알아서 ‘연임론’을 부채질하는 것 아니겠는가.


민주당에서 '또 대표는 이재명'(또대명)이라는 연임론이 무르익는 이유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원내는 이재명 호위무사들로 가득하지만, 원외는 다르다. 이 대표가 총선 전에는 분명히 당 대표를 연임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말 바꾸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원외에서 흘러나올 것이다. 그런 목소리마저 낼 수 없는 정당이라면 민주당은 ‘민주’당이 아니라 ‘이재명’ 당으로 희망이 없다. 일극화에 무르익는 ‘또대명’은 민주당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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