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 꽃길에도 친명계 반발…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7-06 11: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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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이재명 의원에게 ‘꽃길’을 깔아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대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전대룰 변경을 통해 이재명 의원에게 날개까지 달아준 것이다.


심지어 그에게 ‘공천학살’이 가능한 ‘제왕적 대표’가 되는 길까지 열어주었다.


실제로 전준위는 지난 4일 전체회의에서 예비·본경선에서 선거인단 비중을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25%, 일반 당원 5%'로 변경했다. 기존보다 대의원 투표 비중을 15%포인트 줄이는 대신,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중을 그만큼 늘린 것이다.


누가 보아도 전국적인 인지도가 높은 이재명에게 유리한 결정이다.


게다가 현행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해 당 대표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도록 했다.


심지어 민주당 지도부는 공천권 문제마저도 이재명의 손을 들어주려는 눈치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과거에 당헌·당규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아서 당 대표가 최고위원들하고 상의하지 않고 결정했던 내용이 일부 있다”라며 “당 대표의 권한을 약화하는 방안은 전혀 논의하고 있지 않다”라고 잘라 말했다.


현행 당헌·당규상 국회의원 후보자 자격 심사를 맡는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의 위원장과 위원은 최고위의 ‘심의’를 거쳐 당 대표가 임명하게 돼 있다. ‘합의’가 아니라 ‘심의’다. 사실상 당 대표가 공천의 전권을 가지고 이른바 '공천학살'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처럼 이재명에게 ‘꽃길’을 깔아주고 그에게 ‘제왕적 대표’가 될 수 있는 길까지 열어주었는데도 친명계의 반발이 거세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앞서 전준위가 예비경선에서 투표 비중을 ‘중앙위 100%’에서 ‘중앙위 70%·국민 여론조사 30%’로 변경하는 안을 제안했으나 비대위는 예비경선 룰을 기존 중앙위원회 투표 100%로 되돌려 의결했다. 아울러 1인 2표를 행사하는 최고위원 선거에서 1표는 무조건 자신이 속한 권역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새로운 룰을 신설했다.


물론 이 같은 룰은 유력한 당권 주자인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가 되는 데에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친명계 의원들은 무슨 난리라도 난 듯 길길이 뛰며 반발한다.


정성호·전용기 등 친명계 의원 38명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는 졸속 의결한 결정을 거두고, 모든 당원이 참여하는 '전당원 투표'를 요구한다"라고 압박하는가 하면 연판장까지 돌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심지어 대표적 친명계 김남국 의원은 "지금 이런 전대 룰이라면 이재명도 얼마든지 컷오프될 수 있다"라며 ‘이재명 컷오프를 위한 전대룰’이라는 식의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가관이다.


솔직해져라. 어대명인 상황에서 이재명이 당 대표가 되고 최고위원들까지 친명계가 싹쓸이하겠다는 욕심 아닌가.


현재 약 10여 명의 인물이 최고위원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데, 상당수가 친명계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배제되고, 특히 최고위원선거에서 지역 배분이 현실화될 경우 최고위원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친명계 의원들이 별로 없지 않은가.


그렇게 되면 당 대표는 이재명이 선출되더라도 중앙위원 구성이 친문(친문재인)계에 쏠려 있는 탓에 친문계 일부가 최고위원에 선출될 수도 있다. 또 ‘최고위원 권역별 득표제’를 실시하면, 호남·영남·충청 등 지역을 대표하는 최고위원이 선출된다. 그러면 대다수가 수도권 지역에 포진한 친명계 몫의 최고위원 자리가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이걸 용납하지 못해서 반발하는 거 아니겠는가.


즉 당 대표만 이재명이 차지하는 게 아니라 최고위원들마저 친명계가 싹쓸이해 명실상부한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사악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말이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이날 오전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하지 않을 시 이 의원이 컷오프될 수 있다’라는 친명계의 주장에 “이런 식의 음모론적 시각이 문제”라며 “(차라리) ‘자신들에게 유리한 룰을 만들어달라’라고 요청을 하는 것이 솔직한 것이지. 이 의원을 왜 끌고 들어가느냐”라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한 것은 그들의 의도를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명계 의원들의 압력에 당 지도부가 굴복하고 말았다. 전준위 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그들의 뜻대로 전대룰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해서 ‘민주’가 없고 ‘이재명’만 있는 사당(私黨)이 되었을 때 과연 그런 정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어쩌면 오는 8월 28일은 장구한 역사의 ‘민주당’이 사라지고 ‘이재명 당’이 탄생하는 불행한 날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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