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신당은 결국 ‘낙준신당’?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1-02 11:3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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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각자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서로 연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이른바 ‘낙준연대’ 성사 여부가 제3지대 신당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실제로 이낙연 전 대표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중 이준석 전 대표와 연대 가능성을 진행자가 묻자 "양당정치의 최악의 폐해를 끝내자는 뜻에 동의한다면 누구와도 협력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그분(이준석 전 대표)을 언제 만날 것인가 하는 계획은 아직 없다"라면서도 "그러나 이 양당의 견고한 기득권의 벽을 깨는 일이 손쉬운 일은 아니어서 협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강조했다.


의외다. 이날 새벽에 공개된 연합뉴스와 인터뷰 때만 해도 “아직 연대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며 거리를 두었었는데 갑자기 왜 돌변한 것일까?


그동안 이낙연 신당은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신당이 될 것이고, 이준석 신당은 ‘대구’를 기반으로 하는 신당을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렇다면 둘이 합치는 것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초래할 뿐이다.


호남에서 이준석을 반길 리 만무하고, 대구에서는 이낙연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낙연 전 대표만 연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이준석 전 대표 역시 이낙연 전 대표와 연대에 상당한 기대감이 있다.


실제로 그는 전날 오전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열린 개혁신당 신년하례회에서 야권 등 다른 세력의 합류 가능성에 대해 "신당 창당 획책하는 분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각 당에서 바른 소리를 하다가 그 의견을 묵살하고 정치적 공간이 사라진 분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창당을 준비하고 계신다"라며 "공통분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보시기에 너무 느리지 않게 성급하지 않게 추진하겠다"라고 했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선 “상호보완적 결합을 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라고 했다.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양측은 이미 물밑에서 어떤 교감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등장으로 창당 동력을 상실한 이준석 전 대표는 대구 기반의 신당 창당을 포기하고, 이낙연 신당에 얹혀가는 전략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이준석 전 대표의 든든한 지원 군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유승민 전 의원마저 최근 한 방송에 출연 "신당이 막상 해보면 엄청난 각오 없이는 정말 성공하기 힘들다"며 "기대는 큰 데 기준은 엄격해서, 신당이 성공할 수 있는지는 냉정하게 봐야 할 문제"라고 거리 두기에 나섰다.


특히 그는 "진보 진영에 있는 분들이 만드는 신당의 지지율을 합하면 '이준석 신당' 보다 훨씬 크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준석 전 대표는 홀로서기가 쉽지 않다고 판판했을 것이다.


그래서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이낙연 신당에 얹혀가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준석 전 대표가 추진하는 가칭 ‘개혁신당’의 핵심 인물들이 호남, 혹은 민주당 출신 인사들로 구성됐다. 개혁신당엔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임명된 천하람 전 순천갑 당협위원장에 이어 새천년민주당 출신인 문병호 전 의원이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개혁신당의 공천 사무를 책임질 사무총장직엔 이 전 대표와 함께해온 김철근 전 당 대표 정무실장이 임명됐다. 그는 전남 출신이자 새천년민주당 출신으로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한 호남 출신 인사들과도 가까워 소통 과정에서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창당 준비위원장과 사무총장 모두 호남을 연고로 하는 인사들이다. 대구를 지역 기반으로 한다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결국, 이준석 신당은 이낙연 신당에 흡수되어 ‘낙준신당’이 탄생할 것이다. 하지만 이낙연 전 대표는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준석 집단이 가는 곳에는 언제나 분열이 있었고, 그 결과 그가 속했던 정당은 모두 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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