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카드’, 아직 이르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0-19 11: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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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의힘 내에서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솔솔’ 풍겨 나온다. 총선에서 그를 ‘치어리더’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한두 사람이 아니다.


조수진 의원은 1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총선 즈음에 한 번 나서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조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총선에서는 큰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라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수도권을 파고들기 위한 신선한 바람이 필요하다"라며 "좋은 분들이 영입돼야 한다. 한 장관도 생각해볼 수 있는 카드"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도 같은 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 “윤석열 정부에서 일한 각료급들 많은 분, 또는 정무적으로 일을 했던 분들이 총선에 참여할 가능성은 크다. (한동훈은) 그분의 한 분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최형두 의원도 전날 밤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국무위원 중 평판이 높은 장관들이 (총선 차출) 물망에 오를 것이며 선거는 치어리더 같은 분이 나와서 선거 분위기를 확 이끌기도 한다"라며 ”한 장관이 그럴 수(치어리더 격)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유상범 의원은 전날 MBC 라디오에서 “현재 대통령 지지율이 40% 이상의 안정적 지지세를 받고 국정운영에 있어서 대통령실과 각 행정부처 운영이 자리를 잡는다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전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법무부 장관도 잘할 것이고, 총선에 나와서도 잘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재오 상임고문 전날 MBC ‘뉴스외전포커스’에 출연 “장관은 길게 해야 1년 반, 1년. 그러니까 내년 총선 전에 또 한 번 개각해야 하지 않느냐. 지금 이 내각 가지고 총선까지 못 치른다”라며 “개각을 하면 총선에 나갈 사람들을 일차적으로 바꾸지 않느냐. 그러면 자연적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같은 경우는 정치적으로 충분히 국회의원 할 수 있는 자산이 되지 않느냐. 당에도 그런 자산을 놔둘 수가 없고 본인이 안 나간다 하더라도 당에서 내보낸다”라고 단언했다.


한동훈 장관에 거는 여당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한 장관은 이미 여권에서 차기 대선의 강력 주자로 거론되기도 한다.


아직 정계에 입문한 것도 아니고, 단지 여러 국무위원 가운데 한 사람일 뿐인 한동훈을 이렇게 키운 것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과 한 장관은 국회에서 마주칠 때마다 번번이 충돌했다.

 

그런데 한 장관은 다른 장관들과 달리 ‘되로 받고 말로 주는’ 화법을 구사했다.


통상 국무위원이 국회에 출석하면 수세적 위치에 놓이기 마련이지만, 한 장관은 도리어 야당 의원 질의에 역공을 편다. 윽박지르고 몰아붙이는 고압적 태도가 자충수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특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주도했던 민주당 강성파 ‘처럼회’ 소속 의원들의 멍청한 질문이 그를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한 장관 청문회에서 ‘처럼회’ 소속 최강욱·김남국·김용민·이수진·민형배(탈당 후 무소속) 의원이 한 후보자 공격에 앞장섰다. 하지만 이들은 이 과정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잘못된 주장을 하는 ‘헛발질’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최강욱 의원은 한 후보자 딸이 입시용 스펙을 쌓기 위해 어머니 인맥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노트북을 후원받아 자신 명의로 보육원에 기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 의원은 “확인해 보니 그 물품을 지급했다는 기증자가 한 아무개로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한 후보자는 “한00이라고 돼 있는 건 ‘한국쓰리엠’ 같다”고 했다. 최 의원이 회사 명칭을 한 후보자 딸 이름으로 오인한 것이다. 김남국 의원은 “한 후보자의 딸이 ‘이모’와 함께 논문을 1저자로 썼다”고 공격했다. 교신저자인 이모 교수를 엄마의 자매를 일컫는 이모로 잘못 이해한 발언으로, 김 의원은 뒤늦게 이를 정정했다.


이들의 모습은 마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나섰다가 도리어 그를 야권의 대선주자로 키우고 정권을 5년 만에 내어준 일을 연상케 한다.


정말 그런 일이 재연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위해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민주당이 여당 인물을 대신 키워주는 것만 기대해선 안 된다. 아직은 ‘한동훈 카드’를 아낄 필요가 있다.


그의 차기 총선 출마 여부와 상관없이 국민의힘은 ‘내부총질’하는 유승민 일당을 제거하고 나면 내부에서 차기 지도자감을 키워야 한다. 그렇게 해서 한동훈 장관과 경쟁 구도를 만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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